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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 대학교수,공학박사 / 시인 수필가 평론가 |
대북방송은 끊고, 北 방송 누구나 듣게하는 이재명 정부의 의도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국가정보원이 50여 년간 이어온 대북 방송을 돌연 중단했다. 이와 동시에 정부는 북한 만화와 영화 등 기존에는 ‘특수 자료’로 분류돼 일반에 공개되지 않던 콘텐츠의 접근을 전면 허용했다.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다. 자유의 메시지는 닫고, 체제 선전물의 문은 활짝 열겠다는 것인가.
이 조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점차 선명해지는 대북 유화 기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군 당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 데 이어, 국정원 역시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중단했다. 단파 주파수를 통해 바깥세상의 소식을 듣던 북한 주민들에게 그나마 닿던 정보의 통로마저 막아버린 셈이다. 국민적 설명도 없이, 밀실에서 조용히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를 낳는다.
그에 반해 북한 문화 콘텐츠는 제한을 해제했다. 국내에선 누구나 북한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대남 심리전에 악용될 소지를 안고 있으며,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지켜야 할 정보의 균형마저 스스로 허문 꼴이다.
문제는 북한의 태도다. 김정은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국제사회에서 자국 체제를 독자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노선을 고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병력을 지원하고, 무기 공급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남한과 미국엔 더는 관심도, 기대도 없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구애 손짓은 공허하다 못해 위험하다. 국민 절반의 신뢰도 얻지 못한 정권이 북한의 무응답을 무시한 채 일방적인 화해 제스처를 반복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안보적 공백과 국민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이 여전히 대한민국을 ‘적대적 2국가’로 규정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호주의 없는 일방적 유화책은 자칫 스스로의 외교·안보적 주권을 깎아내리는 행위로 귀결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그 길은 국민적 공감과 원칙 있는 외교에서 찾아야 한다. 일방적 양보와 맹목적 구애는 평화를 부르는 길이 아니라, 상대의 오판과 도발을 부추기는 지름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