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7-24 20:09 수정일 : 2025-07-24 21:18 작성자 : 이천석 기자 (cheonsuk@gmail.com)
그는 ‘형’이었다.
피를 나눈 형제였고,
동생이 뚫고 나가려는 세상의 그늘을 누구보다 먼저 지나온 이였다.
그러나 그는 동생의 출세를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워했다.
왜냐하면,
그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동댐 그 봄날,
죽어간 소녀와
소녀를 괴롭힌 소년들,
그리고 그 안에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형은 오랜 시간 묻어두었던 그 진실을 한 권의 수기에 담았다.
“이 아이는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형은 절규했고,
그 수기는 생전에 단 한 명에게만 보여졌다.
남 선생.
그 소녀의 담임이자,
그날의 마지막 목격자.
동생은 시장이 되었다.
형은 처음엔 말리지 않았다.
그저 “여기까지만 하자”고 했다.
그러나 동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형, 이제는 내가 세상을 바꿀 거야.”
형은 알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지워야 할 과거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과거를 가장 선명히 알고 있는 이는
자신과,
그리고 남 선생이었다.
그때부터
동생은 형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피붙이지만, 가장 무서운 존재.
형은 동생의 무서운 집요함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닫았다.
남 선생은 어렵게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낯선 남자들이 찾아왔다.
“시장님께서 모십니다.”
그 말은 곧 침묵하라는 협박이었고,
그 뒤로 남 선생은 실종되었다.
공식 기록엔
“실종 추정, 자살 가능성”
이 적혔지만,
그는 납치된 것이었다.
그리고 형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너 설마 남 선생까지…?”
동생은 말이 없었다.
대신 경호원이 형의 사무실을 비췄고,
형은 그날 밤부터 모든 연락을 끊었다.
형은
자신의 죽음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
정신병원으로 이송되기 전
마지막 메모를 남겼다.
“안동댐 아래, 그녀가 있다.
남 선생도,
소녀도.
나는 지켜보았다.
그는 지웠다.”
형은 세상을 떠났다.
정신병원에서,
고독하게,
그리고 의심스럽게.
동생은 조의를 표했지만,
그 눈빛은 차가웠다.
그 후,
동생은 대권을 향해 나아갔다.
누구도 막지 못했다.
과거는 조용히 묻혔고,
진실은 안동댐 수면 아래 가라앉았다.
그는 이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형이 남긴 수기 한 장이
어딘가에 살아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그 수기를 손에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