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뉴스라인 김상호 수필연재 (뒤통수로 배우는 사랑 ― 또순이와 꺼벙이의 부부 일상기)

작성일 : 2025-07-28 06:11 수정일 : 2025-07-28 06:31 작성자 : 김상호

뒤통수로 배우는 사랑

또순이와 꺼벙이의 부부 일상기



결혼이란 참 묘하다.
사랑으로 시작해 현실과 마주하고, 현실을 견디며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
우리 부부, 또순이와 꺼벙이도 그렇다.
사랑하며 산다기보다는, 매일 뒤통수 맞으며살아간다.
그게 곧 우리만의 애정 표현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이었다. 또순이가 냉장고 문을 열고 말했다.
이 고추 좀 봐. 자리만 차지하고 쓸모가 없네.”
그 말을 들은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 정리를 해줘야겠구나!’


그날 밤, 냉장고 속 고추들을 전부 버렸다.
깨끗하게, 망설임 없이.

다음날 아침, 또순이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고추들, 다 버렸어?”
. 쓸모없다며.”
그거 하나 버리자는 거였지. 왜 전부 다 버려?”

순간, 식은땀이 났다.
나의 과한 정리는, 또순이에게 뒤통수를 내줄 이유가 되었다.

예전에도 또순이가 고추 널어놓을때도 그런소리해서 한번 당했는데..

치매인가?


또 다른 날은 비 오는 오후였다.
나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또순이가 말했다.
지금첫사랑 생각하지?”
에이~ 무슨 소리야.”
근데 왜 눈이 촉촉하냐.”
그냥 비가 좋아서.”

핑계도 변명도 통하지 않았다.
그날도 뒤통수는 맞았고, 나는 다시 배웠다.
감성은 조용히, 혼자 느껴야 한다.’




결정타는 따로 있었다.

남자는 비상금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자유의 상징이자,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보험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날, 그 돈은 세탁기 안에서 발견되었다.

이게 뭐야? 돈 세탁이야?” 또순이의 말은 웃음기 없이 무서웠다.
내가 세탁기 안에 넣어둔 비상금 20만 원이 세탁되어 나왔고,
그 흔적을 발견한 또순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돈 세탁은 범죄야. 집행유예도 없어. 오늘부터 한 달동안 용돈 없음!.”
비상금은 세탁됐고, 나의 자존심도 함께 탈탈 털렸다.

그날부터 나는 세탁기를 돌리기 전 반드시 주머니를 뒤진다.마치 압수수색영장 집행하듯,조심스럽게....



나는 또순이에게 자주 뒤통수를 맞는다.
그건 무심한 말 한마디에서 오기도 하고,
순수한 행동이 오해를 낳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뒤통수에는 늘 정이 묻어 있다.

우리 부부의 하루는 그렇게 쌓인다.
뒤통수 한 번, 잔소리 한 마디, 눈빛 한 줄기.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우리만의 부부 역사를 만들어간다.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내일은 절대 뒤통수 맞지 않겠다고.
그러나 또순이를 알기에, 내일도 그 약속은 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게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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