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유언장을 남기시겠습니까?

작성일 : 2025-08-03 07:25 수정일 : 2025-08-04 10:5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기고]

당신은 어떤 유언장을 남기시겠습니까? ​삶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남겨야 할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문화탐방이나 여행을 다녀오면 기념품으로 흔적을 남기고, 학교를 졸업하면 앨범으로 추억을 간직한다.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며 다리 위에 자물쇠를 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무언가를 ‘남기고자’ 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도 마찬가지다.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것은 결국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흔적일 것이다. 최근에는 QR코드를 묘비에 새겨 생전의 영상과 기록을 남기는 이들도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기억을 남기는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앞서 ‘어떻게 떠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인생의 끝자락에서 3년, 길게는 5년을 요양(원)병원에서 보낸다. 스스로 배변을 해결하지 못하고, 타인의 손에 의지해 삶을 연장한다. 눈은 뜨고 있지만 말은 흐려지고, 기억은 흐릿해진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희미해진다.
 
그러한 삶의 질이라면, '존엄사' 혹은 '안락사'에 대한 논의도 더 이상 금기시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한국에는 법적인 안락사 제도가 없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본인뿐 아니라 가족, 나아가 국가 전체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 무의미한 연명 대신, 품위 있는 이별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남겨야 할 유언은 무엇일까? 자식에게 재산을 남기고, 이름을 남기고, 삶의 철학을 남긴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깊은 것은 **‘감사’와 ‘회환’**이다.
“세상에 빚 다 갚지 못하고 떠나 죄송합니다.” 이 한 문장이 유언장에 남겨질 수 있다면 얼마나 인간적인가.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기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사회에 빚을 지며 살아간다. 누군가의 선의로 살아왔고, 누군가의 돌봄으로 지탱해왔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전 재산을 가난한 이웃에게 기부하고 떠나고, 어떤 이는 “제 장기는 필요한 이에게 나누어 주세요”라는 유언을 남긴다.  이것이 바로 삶의 징표, 인간으로서 남기는 마지막 흔적이다. 삶의 마지막은 슬픔이 아니라 완성이어야 한다.
 
 
유언은 재산분배의 문서가 아니라, 살아온 삶의 요약본이자 다음 세대를 향한 메모다.
당신은 이 세상을 떠날 때 어떤 유언장을 남기고 싶은가?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지금부터가 당신의 유언장을 써 내려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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