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순이와 꺼벙이 부부 연작 수필 1편(또순이와 꺼벙이-전쟁과평화)

작성일 : 2025-08-13 00:31 수정일 : 2025-08-12 22:14 작성자 : 김상호

또순이와 꺼벙이 부부 연작 수필 (전쟁과평화)



1. 종이 한 장의 전쟁

아침 식탁 위, 밥그릇 옆에 낯선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제목은 큼직하게, 붉은 글씨로 꺼벙이가 지켜야 할 수칙”.
마치 국가 비상사태 때 내려오는 긴급지령문처럼 또순이의 글이 조목조목 적혀 있었다.

꺼벙이가 지켜야 할 수칙

1. 또순이한테 말 대꾸하지 말 것


2. 밖에 나가 나서지 말 것


3. 밖에서는 그놈의 말, 너무 고운 말만 하지 말고 위엄 있게 행동할 것


4. 일찍 일어나지 말 것 피곤하다





나는 순간, ‘부부 계엄령이라도 선포된 줄 알았다.

이건 거의 가정 보안법수준 아닌가.



하지만 나도 가만있을 성격이 아니다.
즉시, 같은 크기의 종이를 꺼내 맞불을 놨다.

또순이가 지켜야 할 수칙

1. 말 대꾸 안 할 테니, 내 얘기도 진지하게 들어줄 것


2. 밖에 나가 나서지 않을 테니, 당신이 나가서 경제활동을 할 것


3. 집에서도 위엄 있게 행동할 테니, 가장·남편 대우할 것


4. 나도 일찍 안 일어날 테니,늦게 잠자리에 들어 늦잠 자지 말고 아침

차려줄 것




종이 한 장 대 종이 한 장.
마치 고대 전쟁에서 방패와 창이 맞부딪히듯, 부부의 가정 외교전이 식탁 위에서 벌어졌다.

결국 아침밥 대신 수칙 해석 회의가 열렸다.
협상 결과는 이랬다.
밖에서는 또순이가 꺼벙이 위엄을 세우고, 집에서는 꺼벙이가 또순이를 세운다.”
그리고 아침밥도 먹게되었고,경제활동은 그대로 내가 하기로 했다.

이날 이후, 종이 한 장으로 시작된 전쟁은 사랑의 정전 협정으로 마무리됐다.다만, 또순이 선제에 나의 대응이 성공이다.

나는 조용히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데 정말 향기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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