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8-13 13:05 수정일 : 2025-08-13 18:50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문학이란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이라 믿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한 유명 원로 작가의 ‘저작권 배상 요구’ 사건은 그 믿음을 흔들고 있다.
지난해 8월, 필자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부산 '노'모 작가로부터 ‘할머니, 붕어빵, 행복’ 같은 주제를 담은 에세이를 카카오톡으로 받기 시작했다. 주 3~4편씩 보내오는 글 중 대부분은 읽지 않았고, 간혹 마음이 동해 블로그에 옮겨 싣기도 했다.
그러던 중 5월, 가정의 달에 해당 작가가 “글이 수정됐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필자는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고 글을 내렸다. 그러나 그 직후 작가는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사과와 함께 금전을 요구했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말에 필자는 흔쾌히 10만 원을 후원금 명목으로 송금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이번에는 또 다른 글을 빌미로 수천만 원대 벌금 사례와 형사처벌 가능성을 언급하며 금품을 요구했다. 심지어 필자가 운영하는 인터넷신문사에 90세 고령 칼럼니스트가 쓴 글까지 문제 삼아,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과 민·형사 소송을 예고했다.
겁에 질린 노(老) 칼럼니스트가 10만 원을 송금하자, 작가는 “다음 주에 10만 원을 더 보내면 합의서 써주겠다”는 문자를 보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5만 원이라도 보내 주세요. 그리고 그만합시다]”라는 메시지로 마무리했다.
돌이켜보면, 이 작가는 일면식도 없는 문학 초년생과 언론인에게 감성적인 글을 지속적으로 보내며, 수정 게시가 확인되면 저작권을 내세워 금전을 요구하는 패턴을 반복했다. 진정한 문학인이라면 애초에 “내 글을 수정해 게시하지 말라”고 단호히 말했어야 하지 않을까.
저작권은 분명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고령 문인과 초심자를 협박하거나 금전적 압박을 가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문학이 법과 권리 위에만 서 있을 때, 그 문학은 이미 사람의 마음을 잃은 것이다.
문학은 생명을 살리는 힘을 가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힘이 누군가를 위축시키고, 두려움 속에 살게 만드는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대문호라 불린 이 작가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문학의 품격은 저작권 분쟁에서가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