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8-14 05:17 수정일 : 2025-08-14 07:20 작성자 : 김상호

논설위원 김상호
이번25일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한미 관세 무역 합의 후속 조치, 국방 지출 확대 및 방위비 분담금 증액, 주한미군의 역할과 책임 재조정을 포함하는 동맹 현대화 협의 등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가 지난달 30일 무역 합의 소식을 전하며 예고한 대로 3500억 달러 대미(對美) 투자 외에 ‘추가 투자 액수’를 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또 트럼프는 우리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한 한미 조선 협력 프로그램인 ‘매스가(MASGA)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을 채워올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트럼프 정권 내 일정 부분 지분을 들고 있고 트럼프와도 가까운 매가 진영 인물들이 취임 전부터 이 대통령이 ‘친중(親中)’이라 주장하며 외교·안보 노선을 비판하고, 선거 결과의 정당성을 놓고 시비를 삼은 것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한국과 새 정부 관련 잘못 주입된 정보가 회담에서 트럼프로 하여금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돌발 발언을 하게 만드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보 관련 현안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풀어야 할 핵심 협상 의제다. 미국 쪽 외교·국방 인사들은 최근 들어 잇따라 주한미군 감축이나 전략적 유연성 등 민감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8일 경기 평택에서 한국 기자를 상대로 한 간담회를 열어 “우리(주한미군)의 이동을 막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고 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9일 보도를 통해 ‘미국 정부가 관세협상 문서 초안에서 한국에 대해 중국을 더 잘 억제할 수 있도록 주한미군 태세의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발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었기 때문이다’
의전 차원에서도 어색한 모양새가 연출될 수 있는데, 이는 트럼프가 외교 격식을 존중하지 않는 걸 넘어 프로토콜을 파괴하는 경우도 잦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을 옆에 앉혀놓고 25분 동안 기자들 질문을 받으며 국내 현안에 관해 거의 일방적으로 얘기했다. 문 전 대통령이 답변을 하자 트럼프가 “전에 들은 말일 것 같으니 통역으로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최상의 결과가 한미 관계에 실질적 개선을 가져오지는 않지만 반대로 최악의 결과는 한미 관계를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위험은 높고 보상은 적은(high risk, low reward) 방문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 정상회담 개최를 확인한 가운데,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인 잭 쿠퍼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 연구원은 회담 전망과 주요 의제를 묻는 본지 질의에 이같이 밝혔다. 외교가에는 “실패한 양자(兩者) 정상회담은 없다”는 오랜 격언이 있다. 현안에 대한 이견 조율 같은 소시지를 만드는 과정은 대개 실무자들 몫이고, 합의에 이르면 포장지를 잘 씌워 양국 정상이 대내외에 성명 같은 형태로 공표하는 게 프로토콜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랬지만, 상대가 트럼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 7개월 동안 백악관에서 진행된 외교 행사를 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았고, 일부 회담은 ‘외교 참사’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6년 이후 근 10년 만에 워싱턴 DC를 찾는 이 대통령의 방미(訪美)도 만만치 않을 수 있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동맹 간 단순 친교의 장을 넘어 트럼프발’ 관세·안보 압박의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시험대 성격이 짙다. 이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대통령 개인의 지지도는 물론 국가의 중장기적 안정·발전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정상회담이 이재명정부의 중국친화 유연적 외교발언에서 미국의 신뢰 구축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 대통령 취임 직후 백악관의 ‘중국 견제’ 발표가 있었고 이런 사실에 입각해 양국의 미래 협력 관계에 사소한 이견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 정상회담이 늦어졌지만 더 많은 내실을 기하는 회담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