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과 트럼프, 솔로몬의 그림자는 누구인가

작성일 : 2025-08-27 22:37 수정일 : 2025-08-28 06:52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rebook@hanmail.net)

이재명과 트럼프, 솔로몬의 그림자는 누구인가

 

정치지도자를 평가할 때 흔히 솔로몬을 떠올린다. 지혜와 판별력, 그리고 위기를 넘기는 통찰 때문이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난 두 인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서로 다른 스타일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자신을 철저히 준비하고 방어하며 약점을 노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철저한 준비형 정치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는 회담을 앞두고 일본 총리와 먼저 만나 전략적 메시지를 확보했고, 트럼프가 꺼낼 수 있는 화두에 맞춰 사전에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트럼프가 회담 직전 소셜미디어에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벌어지고 있다”라는 자극적 글을 올렸음에도, 이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조선·원자력·반도체라는 한국의 강점을 전면에 내세워 대화를 이어갔다. 때로는 “나는 페이스메이커, 당신은 피이스메이커”라며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욕망’을 자극하는 재치도 발휘했다.

 

반면 트럼프의 행보는 여전했다. 예측 불가한 발언으로 상대를 흔들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회담 역시 관세, 방위비, 주한미군 역할 등 핵심 현안에서는 뚜렷한 합의가 없었다.

 

겉으로는 “동맹 현대화”라는 원론적 메시지가 오갔지만, 실속은 빠진 ‘뻥 회담’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측이 1500억 달러 추가 투자라는 선물을 준비했음에도 정작 원자력·반도체 관세 문제는 풀지 못했다는 점에서 회담의 무게 중심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흥미로운 장면은 서명용 펜이었다. 트럼프가 “좋은 펜(Nice pen)”이라 말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즉석에서 선물했다. 단순한 제스처 같지만, 준비된 물품을 상황에 맞게 활용한 순발력이었다. 이 작은 장면은 이재명의 정치 스타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치밀한 준비와 순간적 임기응변, 그리고 상대의 심리를 읽어내는 감각 말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 중 누가 솔로몬에 가까운가? 트럼프는 파괴적 협상가다. 무질서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 능하지만, 솔로몬적 지혜와는 거리가 있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치밀한 셈법과 상황 대응력, 그리고 상대의 강점과 약점을 계산하는 능력에서 더 솔로몬에 가깝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번 정상회담의 실질적 성과다. 아무리 재치와 지략을 발휘했어도 관세와 방위비 문제, 원자력 협력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물이 없었다면 국민 앞에서 변명하기 어렵다. 철저히 준비된 듯 보였지만, 결국 성과 없는 대화에 그친다면 이는 ‘준비된 지략’이 아닌 ‘겉도는 전술’이 될 수도 있다.

 

솔로몬의 지혜가 백성을 살렸다? 국내 정치에서 탄핵과 내란 혐의로 야당을 괴멸하는 지략, 국제 외교에서 실리를 챙기는 지혜, 이 두 가지가 결합할 때 비로소 진짜 솔로몬의 지혜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한미 정상회담은 다시 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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