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험(試驗)은 개인의 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주로 학교에서 많이 치른다. 이후 직장에서의 시험 역시 중요함은 물론이다.
시험은 개인이 얼마나 사회적 규범과 지식을 내면화했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학교 시험, 자격증 시험, 입사 시험 등 대부분의 시험은 특정 분야의 지식을 측정하고, 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시험은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의사 면허 시험이 없다면, 우리는 누가 믿을 만한 의료인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시험은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일정한 기준을 확립하여 공정성을 보장하려는 인간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본능은 시험과 같은 사회적 규범과는 거리가 멀다. 본능은 학습되지 않은, 선천적인 행동 양식으로, 주로 생존, 번식, 안전과 같은 원초적인 욕구와 관련되어 있다.
배고플 때 음식을 찾고, 위험을 느낄 때 도망치고, 종족 번식을 위해 짝을 찾는 것 등이 모두 본능에 해당한다. 본능은 오랜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런데 시험과 본능은 종종 충돌한다. 시험은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하고, 사회가 정한 규칙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시험 기간에 배가 고파도, 시험이 끝날 때까지 밥을 먹는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해야 한다.
졸려도 밤새워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은 본능적인 수면욕을 억누르는 대표적인 예다. 시험에 대한 또 다른 본능은 다른 사람보다 높은 점수, 예컨대 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겠다는 경쟁심과 우월감이다.
오늘부터 학교에서 나흘간 기말고사를 치른다. 기말고사(期末考査)는 각 학기의 끝에 학력을 평가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시험이다.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거늘 세월처럼 빠른 게 없음을 새삼 절감하게 된다.
여하튼 오늘부터 시작되는 기말고사는 나는 물론이고 급우들 모두를 긴장 모드에 빠지게 하는 단초로 작용하고 있다. 단 1점이라도 성적을 더 받고자 하는 건 이심전심이자 당연지사의 화두다.
어제는 일 년 중 찬 이슬이 내려서 가을다운 기운을 더해 준다는 날인 백로(白露)였다. 마침내 가을이 온 것이다. 가을이면 당연히 기온이 내려간다. 반면 학교 성적은 그렇지 않다.
오늘부터 역사와 과학을 시작으로 영어와 한문, 수학과 중국어, 국어 시험이 이어진다. 비록 전국적 대입 수능과 같은 치열한 경쟁은 아니겠지만 우리 반 급우들의 기말고사에 대한 대처는 대동소이하다.
‘더 열심히!’와 ‘부디 좋은 성적 수확!’이라는 이중주의 격한 파도가 새벽부터 소용돌이치고 있다. 우리 1학년 3반 급우님들께서 모두 월등한 기말고사 성적 거두길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