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침소봉대, 정치적 악용의 문제

작성일 : 2025-09-13 20:51 수정일 : 2025-09-13 21:0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고무열 박사의 촌철 칼럼(성추행)

 

성추행은 피해자의 존엄과 인격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는 피해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고, 많은 이들이 침묵 속에서 고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차츰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피해자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다. 그러나 이 진전이 곧 진정한 정의를 보장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필자는 십 년 넘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한 경험으로 조심스럽게 본 칼럼에 임하고 있다.

 

실제로 고통받는 피해자 외에 일부에서는 성추행 사건이 악의적으로 확대·왜곡되거나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면서 사회적 신뢰와 피해자 보호라는 가치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사소한 접촉이 ‘범죄’로 둔갑하는 경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사소한 신체 접촉이 성추행으로 확대·해석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회식 자리에서 선배가 후배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행위가 다음 날 성추행으로 고발되는 사건, 혼잡한 대중교통에서 피할 수 없는 신체 접촉이 고의적 추행으로 몰리는 사례는 현실에서 종종 발생한다. 더욱이 악의적으로 터치를 유도하여 촬영하는 행위까지 있다.

 

이러한 침소봉대는 단순한 오해나 과장이 아니다.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뿐 아니라, 진짜 피해자들이 사회적 의심 속에서 목소리를 잃게 만드는 상황적 문제다. 사실 사탕 하나 훔쳤다고 손목을 자른다면 너무나 가혹하다.

 

정치적 무기화의 위험

 

더 심각한 문제는 성추행이 정치적 무기로 활용되는 경우다. 최근 국내외 정치권에서는 선거철이나 권력 다툼 과정에서 성추행 의혹이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있었다. 예를 들어, 선거를 앞둔 시점에 특정 정치인의 성추행 의혹이 폭로되지만, 법적 검증 과정에서 사실이 아님이 드러나는 경우가 반복됐다.

 

그러나 이미 여론은 형성되어 ‘가해자 낙인’이 찍히고, 정치적 입지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는다. 권력을 둘러싼 이해관계 속에서 성추행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남용하는 행위는, 피해자 보호라는 사회적 대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범죄적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정치적 악용은 단순히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전체의 신뢰 체계를 흔들고, 진짜 피해자의 목소리를 사회가 외면하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를 낳는다. 나아가 성추행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의 피로감은 누적되고, 결국 피해자 보호라는 원칙 자체가 퇴색될 위험에 직면한다.

 

무고와 사회적 비용

 

악의적 침소봉대와 정치적 악용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동반한다. 억울한 개인은 직장과 가정을 잃고, 사회는 사실과 진실을 구분할 능력을 상실한다. 법적 검증과 여론 형성이 엇갈릴 때 발생하는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 또한, 아무리 피의자라 하더라도 가족이나 주변 인물들이 선의의 고통을 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신뢰와 시민의 참여 의식이 낮아져 결국 피해자 보호라는 대의는 오히려 후퇴하게 된다. 일부 언론의 악의적 반복 보도나 진의와 상관없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목적으로 부화뇌동하는 시민단체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균형 잡힌 사회를 위한 시각

 

성추행 문제를 다루는 사회는 피해자 보호와 진상 규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객관적 증거에 기반한 철저한 조사, 무고에 대한 단호한 법적 책임 추궁, 여론재판을 경계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성추행 문제를 악용하는 행위는 사회적 용인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성추행은 결코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악의적으로 과장하거나 정치적 무기로 사용하는 행위 역시 또 다른 폭력이다. 피해자 보호와 무고 방지, 그리고 정치적 악용 차단이라는 세 가지 원칙이 균형을 이룰 때, 우리 사회는 진정으로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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