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라.

작성일 : 2025-09-15 20:32 수정일 : 2025-09-15 20:3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고무열 박사 칼럼니스트

 

[대전=더뉴스라인] 계석일 기자 = 대한민국 보수(保守)를 보수(補修)하라.

 

대한민국 보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눈부신 국가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산업화와 안보, 자유와 법치의 가치를 지켜내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보수는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 “기득권 수호 세력”, “시대에 뒤처진 낡은 정치”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져 깊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보수는 왜 실패하고 있으며,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거듭날 수 있을까.

 

한국 보수의 문제점

 

첫째,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다. 보수와 진보 여·야 공이 오랫동안 특정 세대와 지역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청년층과 수도권 유권자에게는 매력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의 성공 서사에만 매달려 있다. 그 결과 세대·계층별 지지가 편향되고, 국민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양측 모두 상실했다.

 

둘째, 기득권과 특권 이미지다. 보수는 종종 재벌·대기업 편향, 기득권층 보호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유시장경제를 내세우면서도 공정경쟁보다는 특혜와 불평등을 방치했고, 불공정한 공천으로 국민의 분노를 불러왔다.

 

셋째, 혁신 부재와 극단적 대립이다. 보수는 변화하는 사회 의제를 수용하기보다, 진보와의 대립 구도에만 몰입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젠더, 환경, 복지, 인권 같은 새로운 시대적 의제에 유연하게 대응하기보다는, “좌파와의 전쟁”이라는 정치적 프레임 속에 스스로 가두어 버렸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한국 보수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선거 때마다 지지 기반이 취약해지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그러나 외국의 성공한 보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외국 보수의 성공 사례 비교

 

영국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은 대처 시대의 신자유주의 개혁을 통해 시장 중심 경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은 환경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수용하며 ‘현대적 보수’를 내세웠고, 보리스 존슨 시기에는 브렉시트라는 시대적 요구에 대응하면서도 복지와 공공투자 확대를 병행했다. 전통을 지키되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유연함이 장기 집권의 비결이었다.

 

독일의 기독민주당(CDU)은 메르켈 총리 시절, 전통적 보수 가치를 지키면서도 진보적 의제를 포용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 이민 수용, 사회적 안전망 강화 등은 원래 진보의 의제였지만, 메르켈은 이를 과감히 흡수했다. 그 결과 기민당은 보수층뿐 아니라 중도·진보 성향 유권자까지 폭넓게 끌어안으며 장기 집권을 이어갔다.

 

일본의 자민당(LDP)은 장기 집권 속에서도 유연성을 보여 왔다. 보수적 안보 노선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정책에서는 과감한 개혁을 시도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아베노믹스는 전통적 보수의 틀을 넘어선 정책 실험이었다.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 성과를 만들었던 것이 자민당의 강점이다.

 

한국 보수가 배워야 할 점

 

이 세 나라 보수의 공통점은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대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했다는 것이다. 영국은 복지와 환경, 독일은 이민과 에너지 전환, 일본은 경제 혁신을 통해 전통적 보수의 한계를 넘어섰다. 반면 한국 보수는 여전히“반공·안보·성장”이라는 20세기적 화두에 갇혀 있으며, 새로운 시대 과제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보수가 건강하게 거듭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꼭 필요하다.

 

먼저 자유와 책임의 가치 회복이다. 이는 자유를 강조하되, 그 자유가 공동체의 책임으로 이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공정한 시장경제 확립이다. 기업 성장과 더불어 청년·노동자·취약계층의 기회와 안전망을 보장해야 한다. 셋째, 국민 중심 정치다. 세대·지역을 넘어 전국적·계층적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넷째, 새로운 시대 의제 수용이다. 환경, 젠더, 복지, 기술 혁신 등 진보가 선점해 온 의제를 과감히 흡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비전 제시다. 안보와 동맹에 머물지 않고, 기후 위기·기술 경쟁·인권 등 글로벌 과제에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대한민국 보수는 더 이상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을 수 없다. 과거의 성취를 자랑하는 순간에도, 국민은 새로운 대안을 요구한다. 외국 보수가 보여준 성공의 길은 전통과 혁신을 동시에 품는 길이었다. 한국 보수 역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실용 정치, 그리고 미래를 향한 포용적 비전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수가 건강하게 다시 태어날 때,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한층 성숙할 것이며, 사회는 더 균형 있고 안정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건강한 보수는 과거를 지키는 세력이 아니라, 자유·책임·공정·혁신으로 미래를 여는 힘이어야 한다.

 

한국의 보수는 여전히 냉전기의 반공 프레임 속에 안주하거나, 반대로 시대 의제를 등한시하며 진보와의 극단적 대립에 몰두했다. 보수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 자유와 책임, 공정한 시장경제,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국민 통합, 그리고 국제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건강한 보수의 길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짚어야 한다. 민주당이 잘해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이 통합의 정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민주당은 북한에 대한 추종적 사고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인권에 침묵하고, 안보 위협을 과소평가하며, 미군 철수, 심지어 전방 군부대 해체나 안보 전력 축소를 추진하는 태도는 국민 안전을 볼모로 한 위험한 정치다.

 

안보 없는 평화는 환상에 불과하다.(Peace without security is a dangerous illusion)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국방력을 약화시키면서 ‘평화’라는 미명만 앞세우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전략에 편승하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주의는 건강한 진보와 건강한 보수가 균형을 이룰 때 발전한다.

 

하지만 진보가 친북적 이념의 굴레에 머물고, 군사 안보를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만드는 길이다. 보수가 기득권을 벗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는 동시에, 진보 역시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책임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책임이다.(What Korea needs is not ideology, but responsibility) 대한민국 보수가 건강하게 거듭나고, 진보가 친북적 환상에서 벗어날 때, 이 나라는 비로소 성숙한 민주주의와 안정된 안보 위에 서게 될 것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정치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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