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시험대, 이재명 재판 재개

작성일 : 2025-09-20 15:31 수정일 : 2025-09-20 15:39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고무열 박사 / 한남대학교 교수

 

[고무열 박사의 송곳 칼럼]  

"사람의 몰락이 아닌 제도의 발전을 위하여" 

 대한민국의 정치사는 언제나 역설과 아이러니로 가득 차 있다. 왕조가 무너지고, 독재가 꺾이고, 민주화가 이뤄졌지만, 권력은 여전히 스스로 절대화하려는 속성을 버리지 못했다. 민주주의는 늘 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한다. 지금 한국은 다시 그 시험대에 올라있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이재명 대통령 재판은 한 개인의 법적 운명을 넘어서, 제도가 권력을 이길 수 있는가, 민주주의가 제 스스로를 지켜낼 수 있는가를 묻는 거대한 질문이다.  

 재판은 왜 다시 시작되어야 하는가?  

이 재판은 단지 피고인을 단죄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법치주의라는 이름의 문명적 합의가 실제로 작동하는가를 시험하는 자리다. 대통령이라는 지위가 방패막이가 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더 이상 제도 위에 설 수 없다.  

째, 법치주의 확립이다. 법은 만인에게 동일해야 한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예외를 둔다면, 법은 이미 권력의 시녀로 전락한다.  

둘째, 사법부 독립성 보장이다. 법원이 정치적 눈치를 보거나 권력과 흥정한다면, 사법부는 더 이상 재판소가 아니라 정치무대의 조연에 불과하다.  

셋째, 국민적 의혹 해소다. 수많은 의혹과 논란이 뒤엉킨 채 덮여버린다면, 사회는 더 깊은 불신의 늪에 빠질 것이다. 

넷째, 정치적 책임성과 도덕성의 문제다. 지도자는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하며, 그것이 바로 민주정의 기본이다. 

다섯째, 국제 사회의 신뢰다. 한국 민주주의가 성숙했다고 자부하려면, 세계가 지켜보는 이 무대에서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 된다.

 

재판을 멈춘다는 것은 곧 민주주의의 시계를 되감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의 안정을 위해”, “대통령 업무에 지장이 있으니”라는 이유는 늘 독재와 권위주의가 입버릇처럼 사용하던 구실이었다.

 

만약 유죄가 확정된다면

 

우리는 두려움 속에서도 더 큰 상상을 해야 한다. 만약 대통령이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치인의 몰락이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또 한 번의 진통을 겪는 과정일 것이다. 이를 위해 정의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민사회의 역할과 언론의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첫째, 그것은 법치주의의 승리다. 권력이 무너지는 순간이 아니라, 법이 권력 위에 선 순간으로 기억될 수 있다.

둘째, 그것은 정치 보복 논리 극복의 기회다. 과거 모든 대통령 재판은 정치적 보복의 그림자 속에서 해석되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온전히 증명되어야 한다.

셋째, 그것은 대통령제 구조 자체에 대한 성찰을 불러온다. 대통령 한 사람의 추락이 아니라, 제도의 결함이 드러나는 것이다.

넷째, 그것은 정치 문화의 성숙을 시험한다. 국민이 ‘정치적 피해자’로만 남을 것인지, 아니면 제도의 주인으로 거듭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섯째, 그것은 국민 통합의 시험대가 된다. 분열과 혐오가 아닌, ‘법 앞의 평등’이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 위에서 사회가 재정렬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대통령과 사법 리스크의 역사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구조적 결함을 지닌 채,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에만 기대어 왔다. 그 결과는 대통령마다 반복된 비극이었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제도의 허약함을 드러내는 동시에, 앞으로 무엇을 바꿔야 할지를 가르쳐주는 교과서가 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 비극을 반복하는가에 대해 깊은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결론: 한 사람의 몰락이 아닌 제도의 진전

 

민주주의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성장해 왔다. 이번 재판은 한 개인의 명예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몰락이 아니라 제도의 진전이다. 법이 권력 위에 서고, 제도가 사람을 넘어서는 순간에야 비로소 민주주의를 지켜낼 수 있다.  

중국 한서(漢書)에 전해지는 고사가 있다. 한 고조 유방은 천하를 얻은 뒤 스스로 돌아보며 말했다. “전장에서 싸우는 일은 나는 한신만 못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소하만 못하며, 사람을 설득하는 일은 장량만 못하다. 그러나 나는 그들을 쓸 줄 알았다. 그래서 천하를 얻었다.” 이 일화는 한 나라의 운명이 한 영웅의 재능에 달린 것이 아니라, 제도를 세우고 사람을 올바르게 쓰는 데 달려 있음을 일깨워 준다.  

오늘의 한국 정치가 직시해야 할 교훈도 바로 여기 있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정파적 계산과 진영 논리에 휘둘리며, 법조차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지고 있다. 국회는 제도 개혁보다 정쟁에 빠져 있고, 국민은 끝없는 소모적 논쟁 속에 지쳐간다. 만약 대통령 재판마저 이런 퇴행의 늪에 빠진다면, 한국 민주주의는 성숙이 아니라 후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재판의 공정성과 제도의 힘을 지켜내는 일은 곧 한국 정치 자체를 구원하는 길이다. 법이 권력 위에 서고, 제도가 사람 위에 군림하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끝내 지켜내야 할 민주주의의 마지막 성채이며, 지금 정치가 반드시 넘어야 할 관문이다. 또한, 민주주의의 시계추는 권력이 아니라 제도가 움직인다.  

그 단순한 진리를 지켜내는 일, 그것이 오늘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사적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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