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09-20 15:41 수정일 : 2025-09-20 17:00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reboo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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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영 논설위원/ 유원대학교 교수,공학박사,사회복지학박사, 시인 수필가,평론가 |
거울 앞의 두 번째 나, 감정을 이기는 기술
인류는 오래도록 감정과 싸워왔다. 불안과 무기력, 감정 기복의 파도 속에서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지만, 감정은 늘 인간을 붙든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불안 장애로 고통받는 인구가 5억 명이 넘는다고 보고한다. 치료비용만 매년 1조 달러, 약 1397조 원에 달한다. 이는 감정이 단순한 심리 문제가 아니라 인류 전체가 짊어진 무거운 과제임을 보여준다.
감정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일찍부터 이어져 왔다. ‘벽에 붙은 파리 효과(Fly on the wall effect)’로 알려진 심리학적 기법은 제3자의 시선에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자신에게 줌인(zoom-in)해 계속 ‘나’를 들여다보는 것은 오히려 감정을 악화시키는 반면, 거리를 두는 순간 새로운 해석이 가능해진다.
실제 스포츠 무대에서도 이 원리는 드러난다. 2022년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 노바크 조코비치는 경기 초반 수세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화장실 휴식 뒤 그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코트에 돌아와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의 비밀은 단순했다. 거울 앞에서 자신에게 “넌 할 수 있다”라고, 즉 2인칭으로 말을 건넸다는 것이다. ‘나’에서 ‘너’로 관점을 전환하는 순간, 그는 감정의 포로에서 전략가로 바뀌었다.
미 해군의 혹독한 생존훈련(SERE)에서도 강조하는 것은 체력이 아니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가장 중요한 생존 기술이다.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이길 때 가장 큰 위기를 넘어선다.
거울 앞에서 “나는…”이 아닌 “너는…”이라고 말해보라. 좁아진 시야는 넓어지고, 무기력은 행동으로 전환된다. 나를 벗어나 ‘너’로 바꿀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가장 객관적인 조언자가 된다. 떠날 것인가, 바꿀 것인가. 그 선택의 기로에서 결국 필요한 건 자신과 마주하는 용기다.
거울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나’를 보는 대신 ‘너’를 발견할 때, 우리는 감정을 이기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