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권분립 원칙 흔드는 ‘선출 권력 우위론’ 논란

작성일 : 2025-09-20 21:39 수정일 : 2025-09-20 21:55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삼권분립 원칙 흔드는 ‘선출 권력 우위론’ 논란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삼권은 동등하지 않고 선출 권력인 입법부가 행정부·사법부 위에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또 사법부가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에 따라야 한다”고 말해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까지 내비쳤다는 해석을 낳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 헌법 체제의 기본 원리다. 1787년 미국 헌법 제정 이후 입법·사법·행정은 권력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전제로 한 동등한 권력으로 자리 잡아왔다. 어느 한쪽에 서열을 매겨 우위를 정한 나라는 없다. 삼권에 서열이 부여되는 순간, 견제 장치는 무너지고 권력 집중의 위험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이러한 기본 원리를 흔드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크다. 특히 사법부의 독립성은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어떠한 정치적 간섭도 배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더욱이 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수사권 분리 및 국가수사위 설치 방안 역시 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이다. 검찰의 독립적 기능을 약화시키고 수사기관을 행정부 산하 기구로 묶을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의 공안·검찰 체제와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의 헌법 제정에 결정적 공헌을 한 정치인으로 흔히 건국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가 헌법을 기초할 때 품었던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정상배들에 의한 권력 독점을 막을 수 있는가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공저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국민은 아첨꾼의 농간에 의해, 야심가와 탐욕가와 극단파들의 속임수에 의해, 자격 이상으로 신뢰받고 있는 자들의 책략에 의해, 신뢰받을 자격보다 신뢰의 독점과 조작을 추구하는 자들의 음모에 의해 끊임없이 유혹당하고 있다.”

 

정치와 권력의 속성을 이토록 예리하게 갈파한 정치학 교과서가 또 있을까? 해밀턴이 고민 끝에 찾아낸 해법은 ‘탐욕은 탐욕으로 견제하라’였습니다. 미국 헌법이 철저히 권력 분산을 도모하는 한편, 서로의 권력 욕구가 서로의 권력 욕구를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배경이다.

 

정치권은 ‘선출 권력 우위론’을 앞세워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기보다는, 오히려 권력 간 상호 견제라는 헌정 질서의 근간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한다. 다수 의석을 가진 국회라 하더라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다.

 

사법의 독립성과 권력 분립 원리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흔들 수 없는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대통령과 여야 모두 이 원칙을 훼손하는 언행을 자제하고,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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