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촌철 칼럼]

가짜뉴스 “아니면 말고”의 독(毒) – 상처받는 국민, 무너지는 민주주의

작성일 : 2025-09-28 02:56 수정일 : 2025-09-28 06:54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박사

가짜뉴스 아니면 말고의 독()
상처받는 국민, 무너지는 민주주의 

 

오늘날 우리 사회를 좀먹는 것은 총칼의 폭력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을 갉아먹는 보이지 않는 폭력, 바로 거짓의 언어다. 가짜뉴스, 녹취 조작, 편향 보도, 그리고 아니면 말고식의 무책임한 SNS 유통은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교묘하면서도 치명적인 적이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심장이다. 심장이 피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면 온몸이 병들 듯, 언론이 사실을 왜곡하면 사회 전체가 중독된다. 거짓은 독극물처럼 빠르게 퍼져나간다. 설령 정정 보도가 뒤따르더라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은 상처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SNS는 이 독을 빠르게 가속한다. “아니면 말고라는 무책임한 말 한마디가 불씨처럼 던져지고, 확인도 책임도 없이 삽시간에 들불이 되어 공동체의 신뢰와 한 개인의 명예를 불태운다. 게시물은 지워질 수 있어도 그 배신감은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남는다.

 

이러한 거짓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문다. 민주주의는 사실 위에서 의견을 교환하고 합리적 결론을 찾는 제도다. 그러나 왜곡된 정보와 조작된 증거가 공론장을 점령하면, 토론은 사라지고 분노와 낙인만이 난무한다. 결국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남는다.

 

더 큰 문제는 정직한 언론이 막대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이다. 사실 확인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교차 검증, 책임 있는 표현, 때로는 보도 유보까지. 그러나 거짓은 이 모든 과정을 비웃듯 순식간에 퍼지고, 클릭 수가 생명을 좌우하는 시대에 정직한 언론은 언제나 뒤처진다. 그 결과 소신 있는 언론인은 외면당하고, 자극적 허위에 기대는 이들이 더 많은 주목과 이익을 얻는다.

 

결국 피해자는 국민이다. 왜곡된 사실에 기대어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믿었던 언론에 속아 깊은 상처를 입는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오류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이며, 사회 전체를 휘감는 집단적 상흔이다.

 

세계는 이미 그 위험을 경험했다. 미국은 2016년 대선 당시 가짜뉴스로 사회가 양분되었고, 브라질은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음모론 선동 끝에 의사당 난입 사태까지 겪었다. 유럽은 가짜뉴스 규제법과 팩트체크 네트워크를 도입했다. 거짓을 방치한 민주주의가 붕괴 위기에 빠진다는 사실을 세계는 증명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언론법을 손보고, 알고리즘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양심과 책임이다. 언론은 진실을 지키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국민은 느리더라도 정직한 보도를 지지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진실을 믿는 마음과 사실 앞의 겸허함이 있을 때만 지켜진다.

 

정직한 언론이 손해를 보고 국민이 마음의 상처를 받는 사회. 이것이 민주주의의 가장 큰 비극이자 우리가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될 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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