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명절 풍자 칼럼]

조상님도 요즘 음식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작성일 : 2025-10-02 12:39 수정일 : 2025-10-02 21:51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교수 (안전교육원 원장)

조상님도 요즘 음식을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추석이 다가온다. 송편, , 탕국, 잡채, 불판에 올려놓은 고생까지, 누군가에겐 풍요의 절기고, 누군가에겐 집안의 정기 노동일이다. 주방은 전쟁터고, 제사상은 무대다.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누군가는 절하고, 누군가는 허리 펴지 못한 채 삼시세끼를 제사용으로 조리한다.

 

왜 이렇게 됐을까? 조선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당시엔 양반이란 타이틀만 있으면 거의 다 해결됐다. 땅도 많고, 일도 안 하고, 제사만 잘 지내도 유교적 권위를 뿜어내던 양반은 모든 계층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하여 조선말엔 상업이 발달해 가면서 양반을 사고팔아 양반이 너무 많아져 전 국민 절반이 양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말 그대로 양반 지천이고 어설픈 양반들은 '우리 집이 더 예법 잘 지켜요경쟁이 벌어졌고, 중인도 양반 행세를 하며 경쟁적으로 음식을 많이 차렸다. 게다가 도회지가 형성되면서 객지에 나가 돈 벌던 일가친척들이 고향을 찾을 때 다른 집안과 보이지 않은 경쟁을 했다.

 

그 결과 제사는 점점 더 화려하고 복잡해졌다. 실제로 고려시대나 조선 초기 차례상은 조촐하기 그지없었다. 또한, 실제 양반이 아니면 차례 자체를 지내지 못했다. 조상님은 고인이 되셨는데, 후손들은 매년 더 바빠졌다. 문제는 그 유산이 21세기까지 살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조상님이 진짜로 육전, 탕국, 대추, 밤을 원하실까? 술 한 잔 안 하시던 분께 술을 세 번 따라 올리는 게 정말 효도일까? 아마 조상님도 말하셨을 거다. “얘야, 그냥 양념치킨이나 시켜라. 나는 너희들 행복한 거 보면 그게 제일 좋다.”

 

요즘 사람 중에 나는 제사 준비가 너무 재밌어요!” 하는 사람 보셨는가? 전 부치다 기름 튀고, 식구들 안 도와주면 마음이 튀고, 밥상 앞에서 웃는 건 조상님 사진뿐 아닌가.

 

게다가 이 모든 노동은 대체로 누가 하나? 맞다. ‘며느리혹은 엄마의 이름으로 부르는 슈퍼히어로들이다. 이를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주로 여성에게 고통을 몰아주는 구조, 이젠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명절이 가족 간의 행복한 재회가 아니라 불행한 재난이 되지 않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피자, 스파게티, 김밥, 커피. 이게 제사상에 오른다고 조상님이 하늘에서 얼굴 찌푸리시겠는가? 아니다. 그분들도 아마 이런 말씀 하실 거다. “이게 요즘의 트렌드구나. 괜찮네. 한 입 줘봐라.”라고 하셨을 것이다. 이제는 의무보다 의미, 형식보다 진심이 필요한 때다.

 

제사는 예법의 리허설이 아니라, 조상을 기억하는 후손의 정성과 마음이면 충분하다. 우리의 명절도 시대에 따라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고정관념은 내려놓고, 허리를 펴자. 조상님도 우리가 화기애애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시간을 바라지 불편한 시간과 억지춘양의 관습을 원하지 않으셨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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