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과욕, 민주주의의 퇴보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이 영등포경찰서를 항의 방문한 장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와 권력기관 개편 과정에서 불거진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미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새로운 조사 일정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체포에 나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만약 장동혁 의원의 지적처럼 경찰이 영장 신청 과정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고의로 누락했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조작 사건’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나 영등포경찰서는 이에 대해 “수사 사안”이라며 입을 다물고 있다. 과연 경찰이 법의 집행자로서가 아니라 정권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의 뿌리는 권력기관 개편에 있다. 현 정부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소는 법무부 산하 공소청, 수사는 행정안전부 소속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에 맡기는 구조로 바꿨다. 또한 공수처까지 병존하면서 권력형 비리 수사 권한은 여러 기관으로 분산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중수청의 기능이 중복되는 등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마치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이미 존재하는데도 전남 나주에 비슷한 에너지과학기술대학을 하나 더 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국민적 합의도, 효율성도 없는 행정이 나라를 뒤 흔들고 있다.
현 정권이 권력을 쥐었다고 해서 무리한 제도 개편과 정치적 수사를 밀어붙인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권력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순간부터 스스로의 정당성을 잃는다. 이진숙 전 위원장에 대한 강제 수사는 단순히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부장검사 출신 김웅 전 의원이 지적했듯,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금지 조항은 직무상 권한을 이용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지 개인이 소셜미디어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제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빌미로 체포에 나선다면 이는 법 집행을 빙자한 정치 행위일 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권력기관이 중첩되고, 정치적 의도가 앞서면 결국 국정은 표류할 수밖에 없다. 이제야말로 모든 공직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무엇이 옳은가 성찰해야 할 때다. 민주주의는 절차와 상식 위에서만 지탱된다. 그 기본을 흔드는 순간, 국민은 더 이상 권력을 신뢰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