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에 던져진 불신의 그림자” 원산지표시제 폐지
작성일 : 2025-10-06 09:18 수정일 : 2025-10-06 11:13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밥상에 던져진 불신의 그림자” 원산지표시제 폐지
▣ 국민 밥상, 권력의 실험대가 되다.
한 나라의 품격은 그 국민의 밥상에서 드러난다. 곡식과 채소, 고기와 생선이 어떤 땅과 바다에서 자랐는지조차 모른다면, 그것은 이미 문명의 퇴보다. 그런데 지금 이재명 정부가 그 문을 열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정부는 ‘식품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골자는 단 하나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의 원산지 인증제를 폐지한다는 것. 이 법이 시행되면 식당의 메뉴, 배달 음식, 유치원·학교·군대 급식소에서 ‘원산지 인증’이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사라진다.
▣ 아이러니의 정점, 권오을 장관
아이러니한 것은 이 제도의 뿌리를 만든 사람이 바로 권오을 현 국가보훈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그는 과거 국민의힘(당시 한나라당) 의원 시절, 국민 먹거리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산지표시제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그런데 지금은 민주당 정부의 장관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만든 제도를 스스로 폐지하는 아이러니한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세운 제도가, 권력의 편의를 위해 무너지고 있다.
▣ 해외 사례, 투명성의 기준
세계는 정반대로 간다. 미국은 ‘COOL(Country of Origin Labeling)’ 제도를 통해 주요 농·축·수산물의 원산지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소비자는 쇠고기나 생선을 살 때 ‘미국산’인지 ‘수입산’인지, 어디서 도축·가공됐는지 확인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우유, 육류, 꿀, 과일, 채소 등 주요 식품의 원재료까지 표시하도록 의무화했으며, 프랑스는 우유 한 병에도 “원유 100% 프랑스산”이라는 문구를 적어 국민 신뢰를 확보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가 가는 길이며 투명성, 추적 가능성, 소비자의 알권리다.
▣ 한국 정부의 논리, 그 불신의 근거
대한민국 정부는 “소비자 수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수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부가 국민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정보를 원한다. 다만 그 정보가 감춰져 있으니, 수요를 측정할 길이 없었다. 정부가 통계를 근거로 내세운 ‘무관심’은 사실상 국민을 기만한 데이터 정치다.
원산지 인증은 단순한 표시가 아니다. 그것은 국민의 신뢰와 건강을 지키는 마지막 방어선이다. 학교 급식에서 값싼 수입 원료가 들어와도, 인증제 없이 확인할 방법이 없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행정의 간소화란 이름으로 국민의 안전을 거래하는 정권, 그것은 효율이 아니라 방임이다.
▣ 개선과 강화가 답이다.
폐지가 아니라 개선과 강화가 답이다. 디지털 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생산지에서 소비자까지의 과정을 QR코드로 추적할 수 있게 하고, 국산 재료 인증업체에는 세제 혜택과 우선 납품권을 부여해야 한다. 학교·군·공공급식소에는 주요 원재료의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강력한 행정 처분을 해야 한다.
▣ 결론, 밥상이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어선
정권이 바뀌어도 국민의 밥상은 바뀌어선 안 된다. 국민의 알권리를 무너뜨리는 순간, 민주주의의 기초도 함께 무너진다. 국가의 품격은 국산 쌀 한 톨, 김치 한 젓가락에 깃든 신뢰에서 시작된다. 이재명 정부가 진정 국민의 정부라면, 제도를 없애기 전에 국민의 밥상을 먼저 보라. 현 정부는 하는 짓마다 즉흥적이고 단순하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정책을 시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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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