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촌철 칼럼]

보수, 광장에 서서 길을 잃다. - 구호의 시대를 넘어, 철학의 시대로

작성일 : 2025-10-15 01:25 수정일 : 2025-10-15 17:34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교수/경영학 박사
 

보수, 광장에 서서 길을 잃다.

- 구호의 시대를 넘어, 철학의 시대로

 

. 길 잃은 나그네

보수는 지금 길 잃은 나그네다. 한때 역사의 주인으로 군림했지만, 이제는 방청석에서 박수만치는 관객이 되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가 주류다라는 거울 앞에서 허공에 손짓한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이었던 후손들이 과거의 훈장을 진열해 놓고 그 빛으로 현재를 버티려 한다. 그러나 영광은 전시품이 될 때부터 힘을 잃는다.

 

. 생각 없는 광장, 감정의 정치

보수의 최대 비극은 결집의 부재. 이름은 국민의힘이지만, 실상은 개인의 힘이다. 토론은 사라지고 극우 유튜브가 당론을 대신하며, 정치인은 국민보다 조회수를 먼저 의식하고 좋아요의 눈치를 살핀다. 머리를 맞대야 할 당사는 조용하고, 광장만 시끄럽다. 생각은 없고 구호만 넘친다. 전략 대신 감정이, 논리 대신 분노가 무대의 주인공이 되었다.

 

. 계파정당, 리더의 독백

정치인은 시대를 앞서야 하는데, 지금의 보수는 여전히 누가 더 당대표에 가까운가?’로 줄을 세운다. 충성은 경쟁이 되고, 논쟁은 금기어가 되었다. 다른 의견은 토론이 아니라 배신으로 취급된다. 그래서 모두 침묵한다. 그렇게 당은 생각 없는 조직이 되고, 리더는 말만 많은 권력자가 된다. 정치의 무대가 토론장이 아니라 독백의 무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 낡은 주문, 퇴색한 언어

여전히 좌파 타도라는 주문을 외우며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만, 국민은 더 이상 적의 몰락을 원하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일의 비전이다. 구호는 크지만, 내용은 없고, 말만 거칠고 방향은 없다. 민주당 반대를 정체성으로 삼은 정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정치가 적대의 기술로 전락할 때, 보수는 자기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 라인의 정치, 책임의 부재

위기가 닥치면 책임은 사라지고, 변명만 남는다. 지도자는 위기를 해석만 하고, 참모는 눈치를 본다. 비판하는 이는 내부 총질로 몰리고, 침묵하는 자는 승진한다. 능력보다 충성, 정책보다 친분이 우선된다. 십상시란 단어와 연동되어 결국 보수는 국민이 아닌 라인의 정치로 퇴행했다. 정당이 국민을 향하지 않으면, 권력은 반드시 붕괴한다.

 

. 분노의 광장, 비전의 실종

요즘 보수의 언어는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광장은 흥분으로 들끓지만, 그 끝에는 전략도 비전도 없다. 감정이 전략을 대신하고, 구호가 정책을 덮는다. 국민은 묻는다. “당신들은 무엇을 바꾸려는가?”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민주당이 문제다.” 상대의 실패에 기대어 자신을 세우는 정치, 그것은 이미 정치가 아니라 먹다 남긴 썩은 고기를 탐하는 하이에나의 길이다.

 

. 다시, 초심으로

보수가 진정 부활하려면 먼저 자기 혁신의 칼날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 과거의 공로를 내세우기보다 현재의 무능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은 화려한 말보다 진심을 원한다. 국가를 위해 자신을 태우는 헌신, 청렴과 실력, 그리고 책임의 철학이 없다면 보수는 그저 오래된 낡은 간판이다.

 

. 겸손의 정치, 다시 국민 속으로

보수의 부활은 혁명이 아니라 겸손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잘못했다. 다시 깨치고 일어서겠다.” 이 한마디를 진심으로 외칠 수 있을 때 변화가 시작된다. 서로를 견제하는 계파가 아니라, 서로를 존중하며 국민 앞에서 머리를 맞대는 숙의의 정당이 되어야 한다. 진짜 보수는 과거를 지키는 세력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 철학이 있는 보수로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적이 아니라 새로운 비전이다. 분열이 아닌 토론으로, 구호와 광장이 아닌 국민의 일상 속으로 돌아갈 때 비로소 보수는 다시 살아난다. 국민은 완벽한 정당을 원하지도 않는다. 다만 진심으로 실천하고 변화하려는 정당을 원한다. 그 겸손의 길 위에서, 보수는 다시 길을 아는 나그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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