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다시, 내란 프레임의 함정
작성일 : 2025-10-18 00:52 수정일 : 2025-10-20 02:56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10년 만에 다시, 내란 프레임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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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교수(안전교육원 원장) |
■ 언론이 만든 무대의 피고석
정치는 말의 전쟁이다. 그러나 지금의 전장은 총 대신 단어가 총구를 겨눈다. 언론은 이 전장의 주연이자 감독이다. 단어 하나로 이미 결론을 제시하고, 국민은 그 프레임 속에서 이미 판단을 내린다. 보수는 늘 그 무대의 피고석에 앉아 있다. 상대가 “내란”이란 단어를 던지면, 언론은 “보수는 쿠데타 DNA”를 제목으로 내 건다.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는데, 보수는 이미 여론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는다. 그리고 보수 스스로 “법치와 절차를 지키겠다”라며 조심스레 해명에 나서지만, 그 순간 프레임의 문은 쾅 닫힌다. 해명이란 숨을 쉴수록 숨은 점점 더 가쁘다.
지난번 윤석열 탄핵소추 사유서에 내란죄를 포함했다가 슬그머니 뺐다. 이유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여 윤석열은 무죄이고, 5월 1일 이재명도 ‘공직선거법’에 대해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서 대법원 파기환송은 거의 유죄지만, 최종 확정판결 전이기 때문에 출마했다.
■ 결론 없는 ‘내란 프레임’의 덫
최근의 내란 프레임은 그 상징적 사례다. 결론도, 판단도 아직 없지만 언론은 이미 ‘보수의 내란’이라는 제목을 완성했다. 해설위원은 ‘민주주의 인식의 결함’을 운운하고, 토론 프로그램은 ‘보수의 시대착오’를 논한다.
재판은 법정이 아니라 방송 스튜디오에서 열리고, 판결은 여론이 내린다. 문제는 보수가 이 서사에 반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법치를 존중한다는 말은 옳지만, 프레임 전쟁에서는 그것이 ‘패배 선언’으로 들린다. 상대가 만든 언어를 그대로 받아쓰는 순간, 이미 싸움은 끝났다.
■ 언론은 감정을 팔고, 보수는 논리를 판다.
언론은 논리보다 감정을 판다. “정의, 약자, 평등”이라는 단어를 던지면 여론은 따뜻해지고, “자유, 시장, 안보”를 외치는 보수의 언어는 차갑게 변한다. 언론은 그 온도 차를 교묘히 이용한다. 한쪽은 ‘인간의 얼굴을 한 정치’로, 다른 한쪽은 ‘냉정한 권력의 잔재’로 묘사한다.
문제는 보수가 그 프레임을 바꾸려 하지 않고, 그저 “우리는 옳다”고 외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옳음의 자부심이 아니라, 체감되는 변화다. 언론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보수는 늘 ‘옳지만 밉상’으로, 진보는 ‘틀리지만 따뜻한 쪽’으로 포장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보수의 약점, 밖이 아니라 내부
언론 프레임의 힘은 내부의 틈에서 나온다. 계파 다툼, 공천 싸움, 사사로운 감정이 대의를 갉아먹을 때, 언론은 그 틈새를 확대경으로 비춘다. 그리고 ‘분열된 보수’, ‘구태의 반복’이라는 제목을 달아놓는다. 이번 탄핵에서도 선명하게 그 잘난 몇몇 국회의원에 의해 나타났다.
보수는 그 보도를 분노하며 비판하지만, 다음 날 또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결국 언론의 프레임이 아니라, 그 프레임이 작동할 재료를 보수가 스스로 제공하는 셈이다. 내부의 무책임이 오히려 언론 프레임의 가장 든든한 동맹이고 지원군이다.
■ 언론 탓보다 신뢰의 복원이 먼저
보수가 언론의 왜곡을 탓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프레임을 깨는 것은 언론 비판이 아니라 신뢰 회복이다. 언론이 ‘부패’라 몰아도 국민이 체험한 결과가 공정하면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는다. “우린 깨끗하다”라고 말하기보다 실제로 깨끗해야 하고, “우린 공정하다”라고 외치기보다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말보다 실천이 앞설 때, 언론의 프레임은 국민의 피부에서 벗겨진다. 프레임은 결국 언어의 싸움이 아니라 신뢰의 싸움이다. 그러나 그것이 회복되기까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 프레임의 문은 안에서 잠긴다.
언론의 프레임은 거세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보수가 자기 언어를 잃고, 자기 확신을 잃고, 자기 단결을 잃을 때 그 감옥 문은 스스로 잠긴다. 문은 바깥에서 닫히지 않는다. 열쇠는 늘 안에 있다.
프레임의 시대에 보수가 해야 할 일은 상대의 언어를 욕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언어를 되찾는 일이다. 실력으로 말하고, 도덕으로 일관하며, 국민과 감정으로 연결될 때 언론의 프레임은 더 이상 감옥이 아니라 그림자에 불과하다. 그때 비로소 보수는 언론이 만든 허상의 무대를 박차고 나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