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맨발의 청춘이다
작성일 : 2025-10-23 12:01 수정일 : 2025-10-23 13:45 작성자 : 더 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지금도 오후 4시면 등교를 서두른다. 그제는 학교에서 유의미한 이벤트가 있었다. 2학년으로 진급(進級)한 것이다. 통상 다른 학교는 매년 3월이 되어야만 비로소 학년의 진급이 가능하다.
예컨대 1학년은 2학년으로 또한 2학년은 3학년으로 그렇게. 그렇지만 우리 학교는 3년 과정을 2년 안에 마치는 그야말로 ‘속성 학교’다. 그래서 같은 연도(즉 올해 2025년)에도 진급이 가능한 것이다.
아울러 나는 학교장 명의의 공로 부문 상장까지 받는 기쁨을 누렸다. 그렇게 기쁜 날이었기에 우리 반은 급우들이 십시일반으로 떡과 과일 케이크 등을 준비하여 조촐하나마 자축연(自祝宴)을 가졌다.
담임 선생님께서도 덕담을 아끼지 않으셨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밤마다 공부하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늘부터 2학년으로의 진급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순간, 나는 콧등이 짠해지면서 눈물까지 마구 흘러내렸다.
나는 평소 부족한 게 참 많다. 눈물이 잦은 것도 그중의 한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도 ‘푼수’라며 나 자신을 폄훼하는 터다. 푼수는 사전적 의미로도 ‘생각이 모자라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아무튼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주경야독(晝耕夜讀)은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먼저, 건강이 쇠약해져서 치아가 많이 빠졌다.
예전에 모 정치인이 비서실장을 하던 시절, 연일 계속되는 격무와 과로로 인해 치아가 허공(虛空)으로 바뀌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알았건만 정작 내가 그 상황을 맞고 보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다음으로는 우울증까지 협공하는 바람에 자포자기(自暴自棄)의 무력감에 포로까지 되는 기분이었다. 오죽했으면 물보다 즐겼던 술까지 끊었을까!
어쨌든 2학년까지 되고 보니 불현듯 ‘맨발인 사람은 진흙탕도 무섭지 않다’라는 인식의 발견에 방점을 찍을 수 있을 듯싶다. 맨발로 진흙탕을 걷는 것은 처음에는 불편하거나 때론 무서울 수 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각이 적응되어 두려움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반면 좋은 구두를 신은 사람은 진흙탕에 뛰어들지 않는다.
아무튼 지금도 그렇지만 내가 가장 견딜 수 없고 수치스러워하는 부분은 낮은 직급과 비천한 지위(였)다. 이를 극복하자면 정상적 나이에 대학까지 졸업하고 소위 탄탄대로의 성공 가도를 질주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내 굴곡의 인생은 그러지 못했다. 그것이 지금도 나의 아킬레스건(Achilles腱)임은 물론이다.
혹자가 이르길 “가장 큰 치욕은 낮은 지위이며 가장 큰 슬픔은 가난하고 힘든 생활”이라고 했다. 내가 66세의 고령 나이에 만학(晩學), 그것도 고된 야학(夜學)의 길에 뛰어든 것은 지금 열거한 치욕과 슬픔을 뒤늦게라도 희석하고자 하는 의도였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하겠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나는 그 어떤 진흙탕도 무섭지 않다. 왜? 나는 여전히 맨발의 청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