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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뉴스라인 사회부 계석일 기자 |
[사설] 트럼프의 나르시시즘과 한·미 관세협상의 심리전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지도자라기보다 심리적 현상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과도한 자기중심성과 착취적 행동, 불안정한 자존심을 보이는 대표적 나르시시스트(narcissist) 로 평가받는다. 공감능력이 부족하고, 비판에 민감하며,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인격적 특징은 그의 외교와 통상 정책 전반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트럼프의 성향이 단순한 개인적 기질이 아니라 국가 간 협상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이를 일찍이 간파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와의 회담에서 트럼프가 “일본을 위해 뭐든 하겠다”고 발언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다. 일본은 트럼프의 ‘자기애적 인정욕구’를 정확히 읽어낸 것이다. 상대의 심리를 자극하며 ‘새 황금시대를 만들자’는 공감의 언어로 접근했다. 그 결과 일본은 방위력 강화 명목으로 대규모 무기 수입을 성사시켰고, 미국과의 관계에서도 안정적인 실리를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달랐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이끄는 통상대표단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는 이유는 트럼프식 협상법에 대한 심리적 이해 부족 때문이다. 실용주의만으로는 트럼프를 상대할 수 없다. 그는 논리보다 감정에 반응하고, 원칙보다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에게는 냉정한 정책 협상보다 “당신이 위대하다”는 감정적 동조가 더 큰 협상 카드가 된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실용주의 외교는 표면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트럼프 같은 인물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공감하고 감탄하는 상대에게만 마음을 연다. 그렇기에 한국이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면 단순한 경제 논리보다 심리적 접근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자기애’를 자극하면서도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세밀한 외교심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지도자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는 보호의 손길을 내밀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반대다. 그는 강자에게 군림하고 약자에게서 인정을 구한다. 그렇기에 그와의 협상은 단순한 외교가 아니라 심리전이다. 한국 정부가 트럼프의 성향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면, 한·미 통상관계는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나르시시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정치의 불안요소다. 그러나 그 불안정성 속에서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나라가 결국 외교의 승자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실용보다 심리, 논리보다 공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