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걱정도 행복이다
작성일 : 2025-10-29 20:36 수정일 : 2025-10-30 07:25 작성자 : 더 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열무 삼십 단을 이고 / 시장에 간 우리 엄마 /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아주 먼 옛날 /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중학교 2학년 국어책에 나오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 《엄마 걱정》이다. 유추하건대 빈한한 집안 살림인지라 엄마가 고단한 가장 역할까지 하고 있음을 쉬이 발견할 수 있다.
왜? 이 작품에서 아버지는 아예 등장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보면서 새삼 엄마의 존재 가치를 떠올렸다. 엄마의 존재 가치는 실로 헤아릴 수 없이 다채롭고 소중하다.
먼저, 사랑과 지지의 원천을 꼽을 수 있다. 엄마는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무조건적인 사랑과 따뜻한 지지를 주는 존재이며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삶의 첫 스승이자 안내자 역할 역시 불변하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언어, 가치관, 사회성 등 삶의 기본적인 많은 것을 엄마로부터 배우게 된다.
또한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아이는 깊은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 때로는 따뜻한 위로를, 때로는 엄격한 가르침을 주며 건강한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엄마는 헌신과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녀를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때로는 자신의 꿈이나 욕심을 내려놓기도 하는 헌신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대상이 바로 엄마인 까닭이다.
이러한 희생은 자녀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이런 관측과 발견에서 나와 엄마의 상관관계를 돌이켜 본다. 나는 엄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생후 첫돌 무렵 ‘증발’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곡절은 개인적 아픔이므로 생략한다. 아무튼 그래서 나는 엄마와 자녀의 관계로 회자되는 사랑과 헌신, 보호, 성장이라는 큰 틀은커녕 그 무엇도 아예 가슴에 담아낼 수 없다.
때로는 세상의 모든 어려움에서 나를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방패이자, 무조건 사랑을 주는 존재인 어머니의 친근함 역시 한 번도 경험할 수 없었다.
《엄마 걱정》에 나오는 화자(話者)의 엄마는 결국 열무 삼십 단을 다 팔고 난 다음에나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자신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가녀린 딸을 위해 그 엄마는 필경 시장에서 무언가를, 예로 들자면 싸구려 풀빵이라도 서너 개 샀으리라.
그렇긴 하더라도 그 딸에게 있어 그 풀빵은 이 세상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맛나고 풍성했을 것이리라. 엄마는 바로 그런 존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