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 사라진 ‘배려의 노동’… 역할 분담 뒤에 숨은 온기 부족
작성일 : 2025-11-01 23:13 수정일 : 2025-11-01 23:22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화물 운전사들의 상하차 ‘따뜻한 손끝’이 아쉽다.
현장에 사라진 ‘배려의 노동’… 역할 분담 뒤에 숨은 온기 부족
최근 물류업계 현장에서는 ‘역할 분담’이라는 명목 아래 운전사들이 상·하차에 손을 놓고 있다. 운전은 운전사의 몫, 상·하차는 수하인이나 지게차 기사의 몫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현장의 온정과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화물 운송업은 개인의 소규모 이사부터 기업의 대규모 물류까지 현대 사회에 필수적인 서비스다. 그러나 대형 업체와 달리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소규모 영세 업체는 여전히 상·하차까지 직접 손으로 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수들의 ‘노동 분리’ 태도가 현장의 갈등을 낳고 있다.
한 중소 제조업 관계자는 “요즘은 운전기사가 도착해도 차 앞에 물건만 두고 그냥 간다"라며 “하차는 수화물을 받는 업제들이 일일이 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수화물을 도착지에 배송한 운전기사는 수하인이 땀 흘리며 화물을 내리는 동안 운전석에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대전 둔산동에서 화장품 사업을 하는 K 모(67) 씨는 최근 경기도 연천에서 OEM 생산한 화장품을 받는 과정에서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차량이 도착했는데 운전수가 ‘알아서 내리라’며 손을 놓고 있었다"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직접 옮겨주던 모습이, 이번엔 찾아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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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차 운전사는 수화물 운송에 따른 운전만 하고 상.하자는 하지 않는다. |
그러나 K 씨가 “운전기사님도 새벽부터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죠”라며 말을 건네자, 운전수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내려와 제품을 함께 옮겨주었다고 했다. K 씨는 하차가 완료되자 감사의 마음으로 차량이 골목길을 안전하게 빠져나가도록 골목길 안내를 도왔다고 전했다.
최근 운전수 다수가 민주노총에 가입해 있고, 노동 강도와 안전 문제를 이유로 상·하차 업무를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로 조금만 배려하면 현장이 훨씬 따뜻해질 수 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전문가들은 “노동의 본질은 권리 이전에 관계”라며 “노사 모두가 상호 존중과 협력의 자세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한다.
서로가 갑이 될 수도, 을이 될 수도 있는 세상. “내 일이 아니니까”가 아니라 “제가 도와드릴까요?”라는 따뜻한 한마디가 메마른 현장을 다시 인간답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