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엄마 걱정’ 단상

화자(話者)와 화자(花子)

작성일 : 2025-11-08 08:38 수정일 : 2025-11-11 11:06 작성자 : 더 뉴스라인 홍경석 기자 (casj007@naver.com)

▶ 장편소설 ‘평행선’은 나의 지난한 얼룩의 과거를 모티브로 했다


 

-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 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

 

중학교 2학년 국어책에 등장하는 기형도 시인의 작품 [엄마 걱정]이다. 시장에 간 엄마를 걱정하고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외로움을 그렸다.

 

아울러 시장에 간 엄마를 애틋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오롯이 드러난다. 이 시는 어린 시절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화자가 어렸을 때는 매우 가난했던 것이 여실히 보인다. 이 작품은 그런 빈곤했던 시인의 어린 시절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독특한 비유와 개성적인 표현에 의해 형상화된다.

 

▶ 주경야독 덕분에 기형도 시 ‘엄마 걱정’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시를 음미하면서 엄마의 존재를 새삼 떠올렸다. 통상 시는 화자(話者), 소설은 서술자(敍述者)라는 용어로 구분되며, 두 개념은 문학에서 전달 방식과 역할에 차이가 있다.

 

시적 화자와 소설 서술자의 차이

- 시적 화자: 시에서 시인의 목소리와는 구별되는 인물로, 시인의 감정과 생각을 직접 전달한다. 시적 화자는 시인의 자기 자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 소설 서술자: 소설에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인물로, 작가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서술자는 1인칭, 3인칭 등 다양한 시점에서 사건을 객관적 또는 주관적으로 서술할 수 있다.

 

시적 화자(詩的話者)’에서의 화자는 문학적 개념일 뿐 사람은 아니다. 아무튼 학교에서 이 시를 배우면서 문득 어머니 생각이 떠올랐다.

 

난생처음 고백하건대 나한테도 엄마가 있었다. 하지만 굳이 내세울 자랑스러운엄마도, 또한 그런 가치(?) 역시 발견할 수 없었으므로 사실은 의도적으로 숨기고 심지어 언급조차 자제하곤 했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화자(話者)가 문학적 레토릭(hetoric)이었다면 내 어머니 존함 또한 화자(花子)였다.

 

예전 여자 이름에()’가 유독 많이 들어간 까닭은 한자 문화권에서 여성의 정체성을 한자로 표현하는 관습과, 이름에 신분·성별을 드러내는 한자 사용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어머니와 나의 생후 첫돌 무렵 이별하였으므로 위 기형도 시인의 [엄마 걱정]이라는 시처럼 더 이상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은 여전히 기술할 줄 모른다.

 

아마도 이런 까닭이었으리라... 내가 오래전 문단에 데뷔할 적에도 일부러 시인이 아니라 수필가로 등단했던 것은. 시를 쓸 적마다, 더욱이 엄마와 연관된 작품이라면 나도 모르게 다시금 눈물샘이 터지면서 푼수처럼 꺼이꺼이 울까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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