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1-18 07:46 수정일 : 2025-11-20 11:24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문명이 인간을 지배하는 AI 시대, 우리는 더 고독해지고 있다
문명이 인간을 이롭게 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는 것일까. AI가 일상을 지배하는 사회로 급속히 이동하는 지금, 우리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더 깊은 고독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노년의 두려움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은 건강·고독·죽음을 떠올린다. 건강을 꼽는다면 그중 1순위는 치매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사회 환경을 놓고 본다면 새로운 1위 후보가 등장했다. 바로 **인터넷·모바일·AI 챗봇이 만들어내는 ‘고립된 일상’**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만든 거리두기는 이제 기술과 결합해 인간관계의 벽을 더욱 높이고 있다.
예전에는 낯선 길을 나서면 행인에게 길을 물었고, 주민등록초본이나 등본을 떼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가 사람을 만났다. 지금은 어떠한가. 길 찾기는 네비게이션이 대신하고, 서류는 무인민원발급기와 정부24가 해결한다. 말 한마디, 눈인사 한 번 없이 살아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식당 주문부터 영화 예매, 비행기·기차 승차권, 고속도로 통행료까지 **‘대면 없는 사회’**는 이미 표준이 되어버렸다. 인간관계가 사라지고,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본래 사회적 동물이다. 키오스크 앞에서 서성이는 노인의 모습은 단지 기술 적응의 문제가 아니라 고독이 기계화된 현실의 초상이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 978명 중 61.3%인 599명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조사됐다.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이 사라진 중·장년층이 은퇴 이후 방황하다가 관계망에서 멀어지고, 결국 가족과도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모두 출가시키고 나면 집에는 노부부만 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한 사람은 먼저 세상을 떠난다. 홀로 남은 사람은 독거노인이 되고, 고독과 우울을 벗어날 길 없이 지낸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것보다 혼자가 편하다”는 노인이 증가하고 있다는 결과도 등장했다. 자유를 선택했지만 외로움이 따라오는 역설적 인생이다.
사람이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돈도, 건강도, 일도 결국 사람을 대신하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을 편안하게 해주고, 말동무가 되어줄 단 한 사람을 원한다. 배우자라는 평생의 벗이 떠난 뒤 그 빈자리를 자녀가 채우지 못한다면, 노년의 삶을 함께 바라봐줄 케어매니저나 맞춤형 돌봄 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새로운 복지의 방향이어야 한다.
독거를 선택하는 노인들이 늘어난다는 소식은 우리 사회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었는가, 아니면 더 고독하게 했는가.”
AI 시대의 고독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관계가 소멸하는 사회는 결국 공동체를 잃은 사회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더욱 인간답게 하는 데 쓰이도록 우리는 지금 질문하고 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