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1-22 11:33 수정일 : 2025-11-22 20:25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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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규영 논설위원/ 교수 시인 평론가 사회복지학박사,공학박사 |
격화되는 미·중·일 진영 대립, 한국 외교의 실수로 ‘3차 대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단순한 양국 분쟁을 넘어 ‘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 대립 구도로 확대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군사 개입’을 시사하자 중국이 강경 대응에 나섰고, 이에 미국과 대만이 공개적으로 일본을 지지하며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북한은 중국 편에 서서 일본 때리기에 가세했다. 동북아가 다시 냉전형 진영 구조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격랑 한가운데 한국이 서 있다는 점이다. 외교적 한 발짝, 한 발언이 미·중·일 갈등의 불씨를 바꿀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뚜렷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일본 방위를 거듭 확인하고 센카쿠 열도에서의 현상 변경을 경고하는 등 일본을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기 국정 운영의 첫 대만 무기 판매를 승인하며 대만방어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대만 지도부 역시 일본산 수산물 인증샷을 올리고 후쿠시마산 제재를 해제하는 등 일본 지지 행보를 노골적으로 이어 간다.
반면 러시아는 “일본 군국주의의 역사를 반성하라”며 강하게 비난했고, 북한도 유엔에서 중국과 보조를 맞추며 일본의 과거사를 공격했다. 홍콩은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방영까지 중단하는 등 중국식 ‘전방위 압박’에 동원되고 있다.
이처럼 격돌하는 진영 속에서 한국은 이미 외교적 유탄을 맞기 시작했다. 한·중·일 문화장관회의가 중국의 일방적 연기 결정으로 무산됐고, 연내 예상됐던 3국 정상회의 역시 불투명해졌다. 미국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미·일 3자 협력’을 재차 강조하고 있어, 한국이 민감한 대중 관계를 고려해 피하고 싶은 입장 표명을 강요받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제 문제는 한국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느냐이다. 대만, 센카쿠, 남중국해는 모두 한국의 직접적 분쟁 지역이 아니다. 그러나 한반도는 지정학적·군사적 핵심 요충지이며, 미·중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한국의 외교적 오류나 메시지 하나가 양측의 오해를 부르고, 그 오해가 군사적 긴장으로 이어질 위험을 결코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 있는 균형 외교’다. 미국·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현실적 기반이지만, 중국과의 외교 관리 없이는 한반도의 안정도 경제적 생존도 보장할 수 없다. 어느 한쪽의 이해에 휩쓸려 동북아 위기 관리 능력을 잃는 순간, 한국은 주변국 갈등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명확한 외교 전략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동북아 긴장이 고조되는 이 시기에 외교는 감정이 아니라 정교한 계산이고, 동맹은 맹목이 아니라 국익 중심이어야 한다.
만약 한국이 전략 없는 대응으로 미국과 중국 양측의 의심을 동시에 산다면, 냉전형 진영 충돌의 뇌관은 의도치 않게 한국이 될 수도 있다. 외교 정책의 무모함이 ‘동북아 위기’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 없도록, 지금이야말로 신중하고 치밀한 외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