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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석일 더뉴스라인 발행인 /논설위원 칼럼니스트 |
행정복지센터의 꽃은 ‘직급’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에게 전하는 복지사‘ 따뜻한 마음’이다
을사년의 달력이 마지막 장만을 남긴 계절, 사회적 약자들은 유난히 깊은 사춘기를 맞는다. 경제적 어려움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마음의 고립이다. 그들에게 행정복지센터는 마지막 비상구이고, 복지공무원은 그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행정복지센터는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자리다.(It can be anyone, but it can't be done by anyone.)
행정복지센터라는 명칭은 단순한 간판 교체가 아니다. ‘행정’과 ‘복지’를 결합하겠다는 국가적 의지의 표현이며, 지역사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힘든 사람을 만나는 최전선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 이상과 멀어진 지 오래다. 행정은 남아 있지만, 복지는 무늬만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곳곳에서 볼멘 소리가 나온다.
최근 대전 중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봉사자들은 현 복지 행정의 민낯을 보았다. 세 자녀를 홀로 키우는 모친을 돕기 위해 방문했지만,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무심함을 넘어 냉담함에 가까웠다. “전입 온 지 얼마 안 돼 잘 모른다”, “방문을 꺼리는 곳도 있다”, “진급엔 관심 없다”는 말들은 복지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봉사자들의 마음을 순간 멈추게 했다.
10년 넘게 결손가정을 돌봐온 자원봉사자들은 그 말 속에서 복지 공무원이 가져야 할 ‘따뜻한 책임감’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긴급히 여쭈어 볼일이 있을 때를 고려해서 담당자 폰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담당자는 복지센터 대표전화로 하면 된다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향한 가슴 대신 책상 위 행정만 남아 있다면, 그곳은 더 이상 ‘행정복지센터’라고 불릴 수 없다.
복지는 서류로 하는 일이 아니다. 사람을 만나고, 재기에 용기를 건네는 일이다. 그래서 복지는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해야 한다. 복지 담당자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절망의 문 앞에서 울고 있는 사람에게 희망의 가교 역할이 되어주어야 한다.
연말이면 부익부 빈익빈의 현실이 더 선명해진다. 국민소득 3만7천 달러의 나라에서 근로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70% 이상을 부담한다는 사실은, 저 소득층의 삶이 얼마나 힘 겨운지를 보여준다. 이런 시기에 행정복지센터마저 냉랭해진다면, 우리 사회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너질 것이다.
행정복지센터의 꽃은 업무 처리 속도도, 승진도 아니다. 그 꽃은 사람을 향한 마음에서 피어난다. 올 연말만큼은 복지 공무원들이 사랑의 산타가 되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복지센터의 복지는 제도가 아니라 복지사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행정복지센터의 품격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