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1-28 04:53 수정일 : 2025-11-28 12:54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사법부마저 장악하려는 ‘민주’의 탈을 쓴 독주
입만 열면 민주주의를 외쳐 온 더불어민주당이 정작 국회에서는 ‘민주’의 두 글자와 가장 먼 길을 걷고 있다. 삼권분립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를 향해 사실상 인사·행정 권한을 빼앗겠다는 법원조직법 개정 초안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주장해 온 “제왕적 대법원장 견제”라는 포장 뒤에는 법원을 여당의 정치적 필요에 맞게 재단하려는 노골적 의도가 엿보인다.
민주당 사법행정 TF가 발표한 초안의 핵심은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위원회 신설이다. 그러나 구성부터가 문제다. 총 13명의 위원 중 최대 9명을 비법관으로 채울 수 있게 해 사실상 외부 인사가 법관 인사를 좌우하도록 설계했다.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형식적 ‘도장 찍기’로 전락하고, 각급 법원의 주요 재판부와 영장 전담 판사 자리까지 정치적 외풍의 영향권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법조계의 우려가 괜한 이야기가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개편 방향이 베네수엘라·동구권의 독재 정권이 사법부를 장악하던 방식과 구조적으로 닮았다는 비판이다. ‘민주적 참여’라는 미명 아래 외부 세력을 끌어들여 사법부의 독립성을 형해화하고, 사실상 여당이 재판 지형을 관리하려는 실질적 ‘사법 정치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 민주당이 사법부 개편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최근 전직 정권 인사들에 대한 영장 기각, 그리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만료 가능성 등 정치적 불만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내란 혐의를 위한 전담 재판부 설치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의심은 피할 수 없다. 법원에 유리한 결과를 내도록 판사 인사를 설계하려 한다면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단순한 기관 간 권한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이다. 오늘 특정 정당이 원하는 판결을 위해 인사권을 흔든다면, 내일은 그 부메랑이 누구를 향할지 알 수 없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힘으로 유지되며, 그 절차의 핵심은 사법 독립이다.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길을 멈춰야 한다. 정치적 불만을 사법제도 개편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기반을 허물고, 국회 다수의 독주라는 오명을 자초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권력의 확장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