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1-28 05:01 수정일 : 2025-11-28 12:55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고,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옛사람들이 남긴 이 말처럼, 인생의 성패가 말 한마디에 갈리는 순간은 지금도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난다.
옛날 박상길이라는 백정 출신이 시장에 푸줏간을 열었다. 어느 날 이곳에 양반 두 사람이 들렀다. 첫 번째 양반은 상길이를 하대하며 “야, 상길아! 고기 한 근만 다오”라고 말했다. 박상길은 시키는 대로 딱 한 근을 썰어 내놓았다.
뒤이어 두 번째 양반이 주문했다. “박 서방, 나도 고기 한 근 주시게나.”
그 말투엔 상대를 존중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
이번엔 박상길의 손길이 달라졌다. 앞보다 두 배는 많아 보이는 푸짐한 고기를 썰어 내놓았다.
이에 첫 번째 양반은 분개해 따졌다.
“같은 한 근을 시켰는데 왜 차이가 나느냐!”
박상길은 태연히 답했다.
“앞의 고기는 상길이가 잘랐고, 뒤의 고기는 박 서방이 잘랐습니다.”
말 한마디에 ‘상길이’가 되고, 또 다른 말 한마디에 ‘박 서방’이 되는 것—이 짧은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감정이 얼마나 단순하지만 또 깊이 움직이는지, 그리고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사람을 신분·나이·옷차림·직업·재산·외양으로 대한다. 그러나 진짜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바로 태도와 말이다. 존중의 말은 존중을 부르고, 하대하는 말은 관계를 망가뜨린다. 인생 실패의 80%가 인간관계 때문이라는 말도 결국 대화의 실패, 말의 실패를 뜻하는 것이다.
말은 불씨가 되기도 한다.
부주의한 말 한마디가 싸움을 만들고, 잔인한 말 한마디가 삶을 꺾는다.
쓰디쓴 말은 증오의 씨를 뿌리고, 무례한 말은 사랑을 끊는다.
하지만 말은 또한 길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은혜로운 말은 삶의 길을 평탄하게 하고, 부드럽고 즐거운 말은 하루를 빛나게 한다.
때에 맞는 말은 긴장을 풀고, 사랑의 말은 사람을 살린다.
역사 속에서 칼이나 총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은 결국 ‘혀끝’이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말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며 동시에 가장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다.
곰은 쓸개 때문에 죽지만, 사람은 혀 때문에 죽는다.
오늘 우리가 건네는 단 한마디가 누군가의 마음을 살릴 수도, 상처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