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학교에는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가득하다

‘설경’ 단상

작성일 : 2025-11-28 06:11 수정일 : 2025-11-28 07:53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선생(先生)은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두루 이르는 말이다. 이는 또한 학예에 뛰어난 사람을 존칭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아울러 성() 또는 직함 따위에 붙여 남을 존대하여 이르는 말로도 사용한다.

 

실제 나는 처음 뵌 분과 인사를 하게 되면 김 선생님”, “이 선생님이라고 호칭한다. 교육자, 교직자, 스승을 총칭하는 이 선생()이 과거에는 훈장(訓長)으로 불리었다. 이는 글방의 선생혹은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이다.

 

또한 더 과거에는 훈장을 설경이라고 비하하여 부르기도 했다. 설경(舌耕)'혓바닥()으로 밭을 간다'는 의미로, 호미나 쟁기가 아닌 혓바닥으로 밭을 간다는 뜻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당시 훈장들이 언변을 통해 어렵사리 생계를 유지했던 모습을 빗대어 다소 낮추어 부르는 말이었다. 참으로 흥미로운 역사 속 표현이랄 수 있다.

 

그런데 조선조에서 교직만큼 명목과 실상이 확연하게 차이를 드러낸 직종도 없었을 것이다. 조선시대 교직으로는 관학에 파견되었던 교수관, 훈도, 교도 등의 교관이 있었고, 사학에는 학장이나 훈장 등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이들이 실제로 행했던 역할은 비록 달랐을지라도 교직이라는 직분은 명분상, 혹은 외견상으로 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붓과 글이 지배하던 문치주의 사회인 조선에서 교사는 명목상 존경의 대상이었다.

 

 

스승은 임금과 아버지의 위치와 같다라는 군사부일체의 이념은 유교 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버팀목이었다. 국가도 유능한 교사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각 향교에 파견된 교수관은 종6품의 문관직으로서, 향촌사회에서는 매우 높은 직급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딴판이었다. 현실 속의 교관은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배고픈 직임이었다.

 

특히 마을 단위로 설립되었던 서당의 훈장은 그 운영의 영세성으로 인해 피폐한 생활을 감내해야만 했다. 더욱이 조선 후기에 이르면서 몰락한 양반들이 대거 서당 훈장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은 스스로를 '설경'이라고 자조하였다.

 

설경이란 곧 혀로 밭갈이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입으로 지식을 팔아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훈장들이 자신들의 딱한 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심지어 교직을 가장 천한 직임'으로 비하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명목과 실질에서 이렇게 큰 틈이 벌어지는 교관의 직임, 여기에 조선 사회가 안고 있는 사회적 딜레마와 근본적 모순이 있다. (후략, <조선 전문가의 일생> 중에서)

 

하지만 지금의 선생님은 다르다. 오늘도 나는 저녁때 학교에 간다. 학교에는 존경하는 선생님들이 가득하다. 마치 설경(雪景)처럼 고운 성정을 지닌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