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길인지사과 조인지사다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작성일 : 2025-11-29 08:18 수정일 : 2025-11-29 10:2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지난 8월부터 어르신 일자리를 하고 있다. 08시부터 11시까지 3시간 일하는데 근무의 월 최장기간은 20일이다. 따라서 급여는 70만 원에 머물고 있다.

 

있는 사람들로서야 하룻밤 술값도 안 될지 몰라도 우리처럼 없는 서민들로서는 이마저 없어서 할 수 없는 직업군이다. 어제는 함께 일을 해 온 어르신 일자리 파트너(partner)가 작업을 종료하는 날이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일을 시작했기에 열 달이나 근무했다. 반면, 나는 8월부터 출발한 까닭에 12월 한 달을 더 일하고 마친다. 아무튼 서운한 마음에 점심을 함께하자고 했다.

 

홍도동에서 갈낙탕으로 유명한 식당을 찾았다. 팔팔 끓는 갈비탕에 낙지 한 마리를 넣어주는 파격의 아이디어 메뉴 개발로 대박을 터트린 음식점이다. 여전히 문전성시로 손님이 가득했다.

 

이윽고 음식이 나왔다. 동행한 또 한 분의 어르신 일자리 근무자와 나의 파트너에게 연신 술을 따라드렸다. 물론 이는 주당으로서는 당연한 주법(酒法)이자 예의였기에.

 

그런데 술 한 모금조차 안 마시면서도 자신들의 술잔이 비워지기 무섭게 두 손으로 정중히 술을 따라드리는 내가 그들에게는 몹시 미덥게 보였던가 보다. 그들이 질문을 던졌다.

 

홍 형은 원래 술을 안 드시나요?”“, 건강이 안 좋아서 끊었습니다.”두 분께서는 더욱 깊어 가는 모락모락 술기운에 기분이 고무되어 자연스레 말이 많아졌다. 반면 나는 여전히 함구한 채 먹쇠처럼 밥만 꾸역꾸역 입에 처넣었다.

 

그러면서 문득 주역(周易)과 관련된 고사성어 길인지사과 조인지사다(吉人之辭寡 躁人之辭多)’라는 의미가 교차했다. 이는 길한 사람은 말이 적고(吉人之辭寡), 조급한 사람은 말이 많다(躁人之辭多)”는 의미다.

 

이를 구체적으로 풀이하면 길한 사람, 즉 운이 좋은 사람이나 훌륭한 인물은 말을 아끼고 신중하게 한다는 뜻이다. 반면 조급하거나 성급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며, 경솔하게 지껄인다는 의미다.

 

이 표현은 주역 계사상전(여기서는 하늘과 땅의 높고 낮음, 강함과 부드러움, 팔괘의 상호작용 등 자연과 우주의 질서가 주역의 변화 원리와 연결됨을 밝힌다) 등에서 유래했으며, 언어 습관이 인품과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담고 있다.

 

물론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 술을 마시면 자연스레 말이 많아지는 건 상식이니까. “공술 한 잔 보고 십 리 간다는 속담이 있다. 공짜 술이라면 멀리서도 온다는 뜻과, 과음의 유혹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건강을 해치면서 지난 6월부터 금주를 실천하고 있다. ‘길인지사과 조인지사다든 뭐든 음주도 건강한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