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박사’가 아니잖아!”
작성일 : 2025-11-30 08:57 수정일 : 2025-11-30 10:1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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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전 은행동 성심당에 줄 선 손님들 |
세월처럼 빠른 게 없다. 그래서 사람은 나이 순서대로 인생을 사는 속도가 각각 다르다고 했던가. 예컨대 10대는 10km, 60대는 60km로 달린다는 속설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야학(夜學)이 어느덧 12월 고지까지 바라보고 있다. 못 배운 한과 설움을 씻어내고자 시작한 만학이었다.
올봄 최초에 30명으로 출발한 우리 반은 중간에 1명이 퇴진하고 29명이 함께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다들 고령에 생업까지 병행하자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등교하면 마치 10대 중학생처럼 금세 생큼 발랄하며 밝고 명랑한 기색으로 돌변한다. 덕분에 교실은 한바탕 즐겁고 화기애애한 수다의 장으로 돌변한다.
학업의 힘 덕분이다.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기구한 인생이라는 한탄과 설움을 얼추 평생토록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 가난과는 별도로 도저히 씻어낼 수 없는 극명한 외로움은 두꺼운 옷을 아무리 껴입어도 극복할 수 없는 처절한 슬픔이었다.
그것은 부모 없는 아이가 차가운 밤거리를 정처 없이 떠도는 것과 같은 유랑(流浪)이자 형극(荊棘)의 수인(囚人)이었다. 이러한 지난한 과거사를 글감으로 삼아 그동안 모두 일곱 권의 책을 냈다.
물론 책을 써야 하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치열한 독서와 독학의 병행으로 정규 학력 미흡(未洽)의 벽을 털어냈다. 그렇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갈구했던 베스트셀러는커녕 외려 빚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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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루했던 지난 시절 |
또한 가물에 콩 나듯 강의 요청이 들어와도 내가‘대졸자’와 ‘박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번번이 거부 사유가 될 때는 학력 만능주의가 여전히 득세하는 대한민국이 차라리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그래서 든 의문의 생각! 과연 많이 배운 자들은 정당하고 정직한가? MBC가 1982년 3월부터 1983년 3월까지 거부실록(巨富實錄)'을 5부작으로 제작 방영한 바 있다.
여기서 공주 갑부 김갑순(金甲淳)은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 泥棒です), 이 세상 모든 놈들이 다 도둑놈들이다.”라는 일본어 표현의 명언(?)을 남겨 당시 국민적 화제가 되었다.
김갑순은 1906년 공주 군수, 1911년 아산 군수 등의 관직을 거쳤다. 물론 많이 배웠기에 가능했으리라. 이러한 공직을 바탕으로 1930년대 무려 1,000만 평의 토지와 유성온천, 조선신문사, 대전극장, 공주극장 등을 소유하는 등 충남 최고의 거부(巨富), 아니 차라리 도적이 되었다.
어쨌든 날마다 등교할 수 있다는 어떤 자부심은 ‘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도’(玉不琢 不成器 人不學 不知道)의 듬직함을 선물로 부여한다. 이는 <옥은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될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못하면 도를 알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와 특히 정치권에는 치부(致富)에 눈이 멀어 ‘옥불탁 불성기 인불학 부지도’는 고사하고 심지어 인간의 도리까지 상실한 자들이 적지 않아 정말 유감이다. 그들에게서 국민은, 특히 학생들은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