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심층 칼럼]

✍ 불필친교를 통한 인적 쇄신의 참 목적

작성일 : 2025-12-06 01:19 수정일 : 2025-12-06 10:25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교수(안전교육원 원장)
 

불필친교를 통한 인적 쇄신의 참 목적

 

I. 성과의 정점은 한계효용이 떨어지는 순간 모든 절정은 쇠퇴의 예비 단계

 

니체는 모든 절정은 이미 쇠퇴의 시작을 내포한다라고 했다. 조직이 잘하니 더 맡기자는 관성적 판단에 기대는 순간, 이미 쇠퇴의 씨앗은 뿌려진다. 경제학의 한계효용 법칙은 인간 자원에도 정교하게 관통한다.

 

성취가 얼마나 빛났든, 정점은 필연적으로 효용 감소의 출발점이다. 인간의 열정·창의·집중력은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소모되는 에너지이며, 그것은 물리적·정신적 피로 누적과 함께 곡선을 그린다.

 

여기에 불필친교(不必親敎)의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위험은 배가 된다.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질 필요는 없으며, 친밀함은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 인사 원칙이 사라지면, 조직은 정점 이후의 쇠퇴를 보지 못한다. 친밀함이 실력을 덮고, 관계가 효용의 감소를 가린다.

 

결국 교체는 실패의 언어가 아니라, 정점의 필연적 쇠퇴를 앞서 읽어내는 조직의 자기보존 행위이지만, 불필친교가 깨진 조직에서는 이 당연한 판단조차 배신으로 해석된다. 성취의 정점에서 물러나는 자가 오히려 가장 높은 기여도를 기록한 사람이라는 역설을 조직은 인정해야 한다.

 

II. 오래 맡길수록 효용은 평탄 익숙함은 창조의 천적

 

아렌트는 인간 활동이 창조성을 유지하려면 시작(begin)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장기 재직은 이 시작의 조건을 조직에서 제거한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해도, 어느 순간부터 그는 기존 방식을 반복하는 존재가 되고, 조직은 그 반복에 길든다. 이는 그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자신의 효용을 극대치까지 끌어올린 데 따른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평온기가 길어질수록 조직은 인지적 감가상각에 휩싸인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줄며, 익숙함이 판단을 왜곡하고, 기존 성공의 관성이 혁신을 잠식한다. 그리고 이 평온기를 더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불필친교의 붕괴. 장기 재직이 만들어낸 익숙함은 단순한 업무 적응을 넘어 친교의 사슬로 변하고, 친밀함은 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불필친교가 경계한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익숙함이 창조의 조건을 파괴하고, 친밀함이 냉정한 교체의 필요를 가린다. 결국 조직은 개인의 공적을 연료로 태우며 전체 효용을 소진하는 구조로 빠져든다. 오래 맡긴다는 것은 효용을 보존하는 길이 아니라, 정체를 잉태하는 초대장이다.

 

III. 새 인물로 추가 효용 재점화 낯섦이 조직을 다시 움직인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듯 창의성은 인지적 낯섦에서 발생한다. 새 인물의 투입이 갖는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낯선 관점, 다른 문제의식, 새로운 우선순위는 정체된 조직의 회로를 다시 자극하며, 효용의 추가분을 회복시킨다.

 

이는 기존 인물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놓은 최대 효용의 고점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상승 벡터를 연결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낯섦이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불필친교의 규율이다.

 

조직 운영은 친밀함으로 굴러가서는 안 되고, 낯섦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친밀함을 이유로 교체를 미루는 순간, 낯섦을 통한 추가 효용의 재점화는 원천 봉쇄된다. 불필친교는 새 인물이 불편해도, 조직은 그 불편함을 필요로 한다는 제도적 지혜다.

 

한계효용이 떨어지는 것을 자연법칙으로 받아들인다면, 교체는 이 자연법칙을 넘어서는 유일한 인공 장치다. 전임자가 축적한 높이와 후임자가 제공하는 속도가 결합할 때 비로소 조직은 살아 움직인다.

 

IV. 교체는 파괴가 아니라, 효용의 재배치 조직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로

 

정치철학자 롤스는 정의를 구성하는 핵심 조건 중 하나로 제도적 안정성을 언급했다. 제도가 안정적이라는 것은 곧 시스템이 특정 개인의 속도·능력·기분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자리를 독점하는 순간, 조직은 개인화된 구조로 변형되고 효용은 특정 지점에 잠긴다.

 

이때 불필친교는 구조를 되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다. 인간적 친교가 쌓이는 순간, 제도는 개인의 그림자로 들어간다. 평가도, 조정도, 교체도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불필친교가 강조한 것은 조직은 누구와 친한가가 아니라, 무엇이 효용을 최대화하는가로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교체는 이 원칙을 복구하는 수술이다.

 

성과가 나빠서가 아니라, 효용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로 넘기는 것이다. 성취의 정점에서 물러나는 사람은 실패자가 아니라 효용의 최고치를 기록한 기여자이며, 조직은 그 공헌 위에 새 효용을 쌓을 때 비로소 구조적 확장을 얻는다.

 

V. 정체를 두려워하는 조직만이 생존 변화는 위험이 아니라 안전장치

 

조직이 교체를 두려워하는 순간, 효용은 급속히 붕괴한다. 평탄한 곡선이 유지되는 동안 조직은 정체를 지나 침체로 빠지고, 침체는 다시 자기합리화와 보신주의(保身主義)를 불러오며, 이는 곧 부패의 구조적 조건을 형성한다.

 

이 부패는 실력 부족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불필친교의 부재, 즉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진 관계에서 시작된다. 친밀함이 인사를 왜곡하고, 오래 머문 자는 견제 없이 권력을 누적하며, 교체되지 않은 자리는 필연적으로 썩는다.

 

사람을 한 자리에 오래 두면 부패가 싹틀 수 있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그보다 더 깊은 핵심 원인은 바로 한계효용의 감소다. 아무리 빛나는 인재라도 시간이 지나면 그가 제공하는 추가 효용은 감소한다.

 

조직의 생존은 성취의 절대치가 아니라 효용의 흐름에 달려 있다. 이 흐름을 막는 가장 위험한 요인이 친밀함이며, 이 흐름을 되살리는 가장 강력한 메커니즘이 교체다. 변화는 위험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발동하는 가장 과학적이고 가장 이성적인 안전장치다.

 

불필친교(不必親敎) 지키는 조직만이, 변화로 효용을 다시 상승시키는 구조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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