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촌철 칼럼]

인요한 의원의 퇴장, 한국 정치에 던지는 최후 통첩

작성일 : 2025-12-10 11:47 수정일 : 2025-12-10 17:52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인요한 의원의 퇴장, 한국 정치에 던지는 최후통첩

 

I. 떠난 사람의 용기, 남은 정치의 수치

 

인요한 의원의 퇴장은 한국 정치판 전체에 던지는 최후의 통첩이다. 그는 진영 논리가 국민을 힘들게 했다고 말했지만, 그 말의 진짜 뜻은 너무나 단순하다. 여기엔 국민이 없다. 국회는 국민 위에 군림하려다 실패하고, 결국 국민 위에 올라타려는 집단들의 전쟁터가 되었다.

 

상식이 들어설 자리는 없고, 양심은 짓밟히며, 떠나는 사람만 인간의 얼굴을 하고 남아 있고 정치만 괴물의 얼굴을 하고 있다. 칸트가 본다면 이성은 실종되고 감정의 폭력만 남았다라고 단언했을 것이다.

 

II. 양당의 싸움은 국가를 위한 전쟁이 아니다.

 

한국 정치의 양당 구조는 더 이상 경쟁하는 정당이 아니라 서로를 파괴해야만 존재감을 유지하는 이단 종교 집단에 가깝다. 여당은 야당을 국가 기반을 흔드는 위험 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야당은 여당을 권력형 오만과 부패의 총합이라 비난하지만, 이 싸움의 목표는 언제나 같다.

 

국민이 아니라 자기 진영의 분노를 유지하는 것. 정책은 무덤에 묻혔고, 대안은 사라졌으며, 진영의 분노만이 살아남아 정치판을 지배한다. 국가는 그 격렬한 감정 전쟁의 배경 소품일 뿐, 결코 중심이 아니다.

 

III. 헌법은 이미 그들의 전쟁 도구가 되었다

 

한국 정치에서 헌법은 보호해야 할 기준이 아니라 서로에게 겨누는 무기다. 권력 구조는 제멋대로 뒤흔들리고, 위헌이라는 단어는 남발되며, 법의 정신은 정쟁의 욕망에 따라 탈색된다. 국민의 기본권은 진영의 계산 아래 무참히 희생되고, 제도는 기능이 아닌 복수의 수단이 되었다.

 

국회는 토론의 광장이 아니라 정치적 폭력의 공장이고, 국정은 공공성이 아니라 진영의 이익을 중심으로 재단된다. 헌법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헌법을 흔들어야만 연명할 수 있는 수준까지 타락했다는 사실이 큰 문제다.

 

IV. 철학이 사치가 된 나라의 정치

 

롤스는 정의는 제도의 첫 번째 덕이라 했고, 아렌트는 정치는 함께 있음의 기술이라 했지만, 한국 정치에서 정의·제도·공공성은 모두 산산조각 난 상태다. 한국 정치의 주력 기술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상대 제거다.

 

합리적인 중도는 비겁하다 조롱받고, 상식적인 제안은 배신이라 공격받는다. 니체가 말한 국가라는 괴물은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정확한 묘사다. 그 괴물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옳음과 그름이 아니라, 분노와 충성으로 판단하며, 결국 정치의 가치를 완전히 파괴했다.

 

V. 풍자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할 지경

 

지금의 정치 현실은 풍자가 아니라 기록하기조차 버거울 정도로 잔혹하다. 국회는 매일 같이 막말, 선동, 비열한 폭로전으로 가득 차 있고, 국민은 정책의 대상이 아니라 정쟁의 희생양으로 소비된다.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독기를 유통하는 공장이 되었고, 정치인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능숙하다.

 

여당은 도덕적 책임을 잃고, 야당은 대안을 잃고, 양당은 국민을 잃었다. 이 상황에서 정치 혐오가 문제라는 말은 우스꽝스럽다. 혐오 받아 마땅한 정치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자들이 문제일 뿐이다.

 

VI. 떠나는 자는 패배자가 아니라 생존자다

 

정상적인 사람은 비정상적인 정치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인요한의 선택은 회피가 아니라 생존이며, 그가 떠난 이유가 바로 이 정치판의 증상이다. 양심은 고문당하고, 상식은 유린당하고, 공정한 말은 조롱의 대상이 된다.

 

이런 환경에서 남아 있는 정치인들의 존재 이유는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남아 있는가, 아니면 진영을 위해 빌붙어 있는가? 정치인이 떠나는 것이 비극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한 선택이라는 현실 자체가 비극이다.

 

VII. 한국 정치가 스스로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정치가 변해야 한다는 말은 옳다. 그러나 지금 정치가 스스로 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들은 국민보다 진영을 두려워하고, 국가보다 감정을 우선하며, 헌법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운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도 괴로워하지 않고, 책임을 저버려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정치는 이미 죽어 있는 정치다.

 

남은 희망은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 냉정한 심판뿐이다. 정치는 국민이 감시할 때만 인간의 얼굴을 갖는다. 감시가 멈추는 순간, 정치는 다시 괴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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