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5-12-13 01:30 수정일 : 2025-12-13 05:57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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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교수(안전교육원 원장) |
다산 정약용의 사상으로 바라본 대한민국
I. 다산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다산 정약용이 오늘의 정치판을 목도했다면, 그는 아마 붓을 든 손을 떨었을 것이다. 정치인이라면 백성을 편안케 하는 장인(匠人)이어야 하는데, 요즘의 정치는 백성의 삶은 외면한 채 서로의 멱살만 움켜쥔 정쟁 놀이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는 겉으론 민주주의 전당을 자처하지만 속은 텅 빈 채, 내란이니 탄핵이니 하는 무서운 단어들이 아무렇지 않게 난사된다. 다산의 눈으로 보면 이 풍경은 명백하다. 말은 위중한데 뜻은 가볍고, 형식은 거창한데 실상은 혼탁하다.
II. 말 잔치 위에 쌓인 거짓 내란 프레임
다산이 경계한 말만 앞세우는 관료가 지금 국회의 표준 모델이 되었다. 법률적·사실적 판단보다 정치적 필요가 먼저다 보니 내란이라는 가장 중대한 국가범죄조차 정쟁의 도구로 소비된다.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 논란은 그 대표적 장면이다.
헌법이 보장한 사법 독립의 원리를 피해 갈 수 없는 구조임에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헌법적 위험이 가벼운 말장난처럼 다뤄진다. 다산이라면 아마 다음과 같이 적었을 것이다.
“법을 멋대로 구부려 상대를 누르려는 순간, 그 법은 먼저 나라의 허리를 부러뜨린다.”
III. 편 가르기의 광란, 탄핵과 내란 몰이로 이어지는 대치 정국
다산 정치론의 핵심은 반듯함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는 반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탄핵은 헌정 질서의 최후의 수단임에도 일상적 정치 공방의 레퍼토리가 되었고, 내란 몰이는 상대를 꺾기 위한 가장 손쉬운 프레임이 되었다. 진실은 얼룩지고, 절차는 생략되고, 법은 진영의 논리에 종속된다.
다산이 가장 견딜 수 없었던 사적 감정이 공적 판단을 삼키는 상황이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지금의 정치적 대립은 갈등을 넘어 거의 정치전(政治戰)의 양상을 띤다. 누구나 전쟁터에 선 장수가 된 듯 말의 창과 방패를 휘두르는데, 정작 백성의 고통은 그 뒤에서 먼지처럼 흩날릴 뿐이다.
IV. 뒤틀린 행정, 사법과 행정의 영역마저 정치적 도구
다산이 행정을 논하며 가장 강조한 것은 백성의 편안함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은 그 우선순위가 정반대다. 정책은 국민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의 산물로 변한다. 내란 특별재판부든 탄핵이든, 그 도구들이 진정 헌법적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쓰이는지, 아니면 정파적 전리품을 확보하는 데 쓰이는지는 정치권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한다.
예산은 인질처럼 잡혀 있고, 사법은 당파적 잣대 위에 올려져 흔들린다. 다산이 말했던 나라의 심장인 재정과 행정은 정쟁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가는 서서히 병든다. 소리 없이, 그리고 치명적으로
V. 다산의 마지막 촌철, “정치는 온정의 기술이지, 전쟁이 아니다”
다산 정약용은 정치란 백성의 삶을 더 편안하게 만들기 위한 조용하고 따듯한 기술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그 기술을 갈고닦는 대신 서로를 겨누는 무기로 바꾸고 있다. 내란이니 탄핵이니 하는 국가적 중대 사안을 전쟁의 깃발처럼 흔드는 정치, 헌법적 기관을 정파적 무기로 전환하려는 시도, 상대를 꺾기 위해 국가의 기본 틀을 뒤흔드는 풍경을 보며 다산은 이렇게 적었을 것이다. “정치가 전쟁이 되는 순간, 백성의 가슴은 피로 물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