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공장마저 망하게 생겼네”

죽만 죽어라 먹은 사연

작성일 : 2025-12-14 11:50 수정일 : 2025-12-14 14:5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 淸明時節雨紛紛 路上行人欲斷魂 借問酒家何處有 牧童遙指杏花村.(청명시절우분분 노상행인욕단혼 차문주가하처유 목동요지행화촌) -

 

청명 시절인데 어지러이 비 내리니, 길 가는 나그네 시름 겨워하네. 술집 주막 어디 있는가 물으니, 목동은 멀리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는구나. -

 

위 시 淸明(청명)’을 지은 주인공은 杜牧(두목)이다. 杜牧(두목, 803~853)은 중국 만당(晩唐) 전기의 시인으로 작품이 두보(杜甫)와 비슷하다 하여 소두(小杜)로 불린다.

 

26세 때 진사에 급제하여, 굉문관교서랑(宏文館校書郞)이 되고, 황주(黃州) ·지주(池州) ·목주(睦州) 등의 자사(刺史)를 역임한 후, 벼슬이 중서사인(中書舍人)까지 올랐다.

 

매사에 구애받지 않는 강직한 성품의 소유자로, 당나라의 쇠운을 만회하려고 무한히 노력하였다. 이 시는 청명절에 객지에서 본 풍경을 읊은 것이다.

 

두목이 844, 황주 자사에서 지주 자사로 전임되었는데, 두목이 지주 자사(池州刺史)로 있을 때 지은 작품으로 귀지현(貴池顯) 서쪽 행화촌을 배경으로 지은 글이다. 사실 중국 전역에서 행화촌(杏花村), "살구 꽃 피는 마을"이라는 지명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1500여 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중국 명주의 하나인 분주(汾酒)와 죽엽청(竹葉靑) 생산지로 알려진 산시성 분양현에 있는 행화촌이라고 한다.

 

어제는 재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장수오리 판암점에서 점심을 나눴는데 놀랍게도(!) 술 한 병조차 없이 치렀다. ‘주당 당수로 소문났던 내가 무려 일곱 달째 금주하고 있는 현실이 어떤 전파력으로 작동한 덕분이었다.

 

홍 작가가 술을 끊었으니 술 공장마저 망하게 생겼네.”라는 친구들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오리고기와 죽만 죽어라 먹었다. 셈을 치르면서 예약했던 포장된 오리 누룽지 백숙을 들고 처가를 찾았다.

 

얼마 전 낙상으로 인해 가뜩이나 힘든 터에 육체적 + 정신적 고통까지 감내하시느라 고군분투 중인 장모님이 더욱 안타까웠다. 아직 우려했던 섬망(譫妄) 증세는 보이지 않으셨지만 곁에서 케어(care)중인 아내와 처제는 여전히 좌불안석이었다.

 

섬망은 외계(外界)에 대한 의식이 흐리고 착각과 망상을 일으키며 헛소리나 잠꼬대 증상을 나타낸다. 또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며, 몹시 흥분했다가 불안해하기도 하고 비애(悲哀)나 고민에 빠지기도 하면서 마침내 마비를 일으키는 의식 장애를 포함한다.

 

섬망은 의식과 지남력의 기복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질환으로, 주의력 저하, 언어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전반의 장애와 정신병적 장애가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초조함, 손떨림, 감정 변화, 혼돈, 언어장애, 환시, 환각, 불면증, 수면장애, 산만함, 감각 이상 등이 있다.

 

수면 장애(주로 밤에 불면 증상)와 함께 환시(幻視)도 염려스럽다. 커튼이나 벽에 있는 옷을 보고 "도둑이다" 혹은 "00() 저기 있다"라며 겁을 먹는 증상이다. 지남력(指南力)까지 저하되어 날짜 개념이 없어지고, 가까운 가족이나 의료진을 알아보지 못하며, 자신이 있는 곳이 병원인지 집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도 걱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을 염원한다. 하지만 내 맘대로 안 되는 게 또한 건강이다. 위에서 소개한淸明(청명)’에서 길 가는 나그네가 술을 원하는 것은 건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상식이겠지만 술도 건강해야 마실 수 있다.

 

지난 6월부터 시작한 금주를 앞으로도 계속할 작정이다. 사람은 건강이 제일이다. 장모님의 쾌유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