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정부가 하는 짓, 자유권 박탈
작성일 : 2025-12-17 10:06 수정일 : 2025-12-17 11:48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 |
| 고무열 교수(안전교육원 원장) |
무식한 정부가 하는 짓, 자유권 박탈
Ⅰ. 절제를 가르친다며 자유를 빼앗는 국가
절제를 배워야 할 학생에게 가장 먼저 자유를 박탈하는 정책, 이것이 과연 교육인가 통제인가. 최근 논란이 되는 청소년 SNS 금지와 휴대폰 개통 시 안면인식 인증 의무화는 ‘보호’라는 단어로 포장됐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국가가 개인의 삶 깊숙이 개입하겠다는 선언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장면은 언제나 선의의 얼굴을 한 과잉 개입이다.
Ⅱ. 보호라는 이름의 게으른 정책
청소년의 SNS 과몰입과 유해 콘텐츠 문제는 분명 심각하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문제의 존재가 곧바로 자유 박탈의 면허가 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절제를 배우지 못하는 이유는 자유가 많아서가 아니라, 자유를 다루는 법을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육과 책임의 영역을 국가가 금지와 차단으로 대체하는 순간, 정책은 가장 손쉬운 길을 택한 셈이다. 이는 보호가 아니라 행정의 편의이며, 교육의 포기다.
Ⅲ. 금지는 교육의 실패 선언
절제는 통제 속에서 자라지 않는다. 스스로 선택하고, 시행착오를 겪고, 책임을 배우는 과정에서 비로소 몸에 밴다. SNS를 아예 차단해 버린 아이는 성인이 되는 순간 아무런 면역도 없이 더 위험한 세계로 던져진다. 그럼, 몸에 해로운 술과 담배는 생산을 금지하고 버젓이 불법인 줄 알면서 하는 매춘은 가혹한 형벌로 다스려야 하는 거 아닌가?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문을 걸어 잠그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건너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디지털 시민교육, 부모와 학교의 협력, 플랫폼의 알고리즘 책임을 강화하는 정공법이 외면받는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
Ⅳ. 얼굴을 내놓아야 허락되는 일상
안면인식 인증 의무화는 더욱 위험하다. 휴대폰 하나 개통하려면 국가가 내 얼굴을 가져야 한다는 발상은, 이미 자유 국가의 문턱을 넘어서 있다.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수집된 생체 정보는 언제든 통제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 한 번 모인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는다. 해킹과 유출의 위험 앞에서 정부는 과연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가. 얼굴은 비밀번호가 아니다. 바꿀 수도, 되돌릴 수도 없다.
Ⅴ. 자유를 불신하는 국가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 모든 정책의 공통된 전제는 하나다. 국민과 학생을 믿지 못하겠다는 국가의 불신이다. 자유를 주면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 그래서 미리 막고, 감시하고, 관리하겠다는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신뢰를 전제로 한다. 국민을 잠재적 위험 요소로 보는 순간, 국가는 보호자가 아니라 감시자가 된다.
Ⅵ. 절제는 자유 위에서만 자란다.
자유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회는 성숙하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빼앗긴 손이 아니라, 스스로 멈출 줄 아는 판단력이다. 절제를 가르친다며 자유부터 빼앗는 정부 시책은 목적과 수단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자유를 관리하려 들수록 사회는 경직되고, 책임은 사라진다.
국가는 아이들을 가두는 존재가 아니다. 자유를 연습할 공간을 마련해주는 존재여야 한다. 보호라는 이름으로 자유를 줄이는 정책이 반복된다면, 우리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아이들의 안전이 아니라 국가의 통제 욕망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게 될 것이다.
자유는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 그래서 지금, 더욱 단호하게 묻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정책은 정말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유를 두려워하는 국가를 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