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아내에게 어떤 존재인가?

작성일 : 2025-12-19 21:48 수정일 : 2025-12-19 21:5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경제력 없는 남편과 100년 된 골동품 중 어느 것이 더 소중할까.

동지를 이틀 앞둔 유성의 한 초등학교 분리수거장에서 있었던 소소한 해프닝이 한동안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했다.

매주 금요일은 교실에 쌓인 쓰레기를 정리하는 날이다. 그날도 교장 선생님이 직접 쓰레기 봉투를 들고 분리수거장에 나와 있었다. 그곳에서 누군가 버린 3단 철제 서류함을 집어 들고는 “이거 아직 쓸 만한데…” 하며 한참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필자가 농담 삼아 “교장선생님도 연식이 좀 있으셔서 그러신 거 아니에요?” 하고 묻자, 교장 선생님은 웃으며 되물었다. “그런데 오래된 우리 남편은 왜 버리지 못하는 걸까요?”라고 묻는다.

필자는 그 한마디에  한동안 웃음을 짖다가  왜 남편은 아내에게  걸림돌이 될까? 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


 

생활용품이 귀하던 1970년대를 살아온 세대에게 쓸만한 물건을 ‘버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건 하나하나에 사람의 얼, 혼이 스며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다 쓴 공책도 빈 칸이 남아 있으면 연습장으로 다시 쓰고, 두꺼운 시멘트 포대 종이도 찢어 연습지로 활용했다. 그렇게 아끼고 견디며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 세월을 함께 건너온 사람들이 끝내 버리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40년, 5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다. 낡은 생활용품은 고물로 버리면서도, 세월에 닳아 쓸모없어 보이는 남편은 왜 버리지 못할까.

 

유물은 고고학적 가치가 있어 버리지 못하고, 100년이 넘은 골동품은 상업적 가치가 있어 귀하게 보관된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4~50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에게는 그런 시장 가치가 없다.

 

그럼에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적인 가치가 그 안에 있기 때문이다.


 

부부는 유물론적 사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고, 아이를 키우고, 아픔과 기쁨을 나누며 쌓아온 시간은 어떤 골동품보다 귀하고 소중하다. 부부의 연을 하늘의 뜻이라 말한다면, 그것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인연이다.

 

아무리 경제적 가치가 없는 쓸모없는 남편일지라도 아내에게 그는 폐품이 아니다.
유물이자 골동품이며, 그 이상의 존재다.
세월이 쌓일수록 값이 떨어지는 물건도 있지만, 세월이 쌓일수록 비로소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 있다.

부부가 바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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