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을 내는 육수 같은 사람이 되자.

작성일 : 2025-12-29 09:10 수정일 : 2025-12-29 18:0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깊은 맛을 내는 육수 같은 사람이 되자.

음식의 맛을 가르는 기준은 단순한 재료나 레시피가 아니다. 진짜 승부는 육수에서 난다. 같은 재료, 같은 조리법을 써도 어느 집은 줄이 늘어서고, 어느 집은 금세 잊힌다. 수년간 쌓인 경험과 시행착오, 그리고 주방장이 몸으로 익힌 감각이 육수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이 원리는 사람과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명 병원의 처방전을 그대로 따라 해도 치료 효과가 같지 않은 이유는, 그 의사만이 가진 진료의 노하우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문학 작품도, 신문 기사도 내용이 같다고 해서 같은 울림을 주지 않는다. 누가 썼느냐에 따라 문장의 온도와 깊이가 달라진다.

사람 역시 그렇다. 어떤 이는 곁에 있으면 편안하고, 어떤 이는 말이 많아도 밋밋하다. 학벌이나 직함, 수많은 자격증이 사람의 깊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사람에게도 음식의 육수처럼, 내면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인간미가 있기 때문이다.

골동품의 가치가 소장 이력에 따라 달라지듯, 사람의 품격 역시 어떤 시간을 살아왔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최근 ‘권력과 돈이 인격을 만든다’는 말이 회자되지만, 이는 물질만능 사회가 만들어낸 착시일 뿐이다. 지위와 재산이 없어도 향기로운 인품을 지닌 사람은 언제나 존재해 왔다.

문제는 단기적인 달콤함이다.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권력으로 누르고, 물질로 유혹하는 관계는 조미료에 의존한 음식과 다르지 않다. 처음엔 자극적일 수 있으나, 맛은 금세 사라지고 관계도 오래가지 못한다. 정치권에서 흔히 보아온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달콤한 약속과 이익으로 쌓은 인맥은 결국 파국으로 끝난다.

깊은 맛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의 숙성과 절제가 필요하다. 말보다 행동, 계산보다 진정성, 빠른 성과보다 꾸준한 신뢰가 사람의 육수를 만든다.

새해를 앞둔 지금, 우리의 인생 레시피를 다시 점검해 볼 때다. 나는 권력과 물질로 사람을 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값싼 조미료에 의존하고 있지는 않은가.

육수가 깊은 음식이 오래 사랑받듯, 인간미가 우러나는 사람도 오래 기억된다. 오늘부터 생각과 태도를 바꿔 인간미가 스며드는 삶으로 환골탈태해 보자. 그것이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의 새로운 소망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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