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배상이 아니라 신규 마케팅
작성일 : 2025-12-30 06:25 수정일 : 2025-12-30 06:38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한국인들은 멍청하지 않다
우리의 정서를 오독하지 말라
돈은 우리나라에서 다 벌면서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조삼모사(朝三暮四)는 눈앞의 차이만 보고 결과가 같은 것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의미한다. 혹은 간사한 꾀로 남을 속이는 상황을 비유하는 아주 유명한 고사성어다.
이는 중국 송나라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나누어 줄 때 생긴 일화에서 유래했다.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아침 3개, 저녁 4개”를 주겠다고 제안하자 원숭이들은 화를 냈다. 하지만 “아침 4개, 저녁 3개”로 바꾸자 기뻐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명분과 실리는 같지만, 말과 순서만 바꿔 사람을 기쁘게 하거나 화나게 하는 상황을 풍자하고 있다. 따라서 조삼모사는 “눈앞의 차이만 알고 결과적으로 같음을 모르는 어리석음”을 가리키며, “간사한 잔꾀로 남을 속여 농락함”을 아우른다.
현대에는 정치와 상거래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말장난이나 꾀로 남을 기만하는 행위를 지적할 때 자주 쓰인다. 비슷한 말로 조령모개(朝令暮改)와 조변석개(朝變夕改), 감언이설(甘言利說) 등이 있다.
공룡 유통기업 쿠팡의 조삼모사 발언이 소비자를 넘어 국민적 뭇매를 맞고 있다.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책임에 대한 보상안으로 전 이용자에게 5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실질적 배상과는 거리가 멀다. 이용 빈도가 높은 로켓배송과 쿠팡이츠에는 각 5천 원씩만 배정하고, 이용 빈도가 낮고 단가가 높아 추가 결제가 필수인 여행(트래블)과 명품(알럭스)에 2만 원씩을 할당한 것이다.
이쯤 되면 배상이 아니라 차라리 신규 마케팅에 가깝다는 현실에 되려 소비자 반발이 쏟아졌다. 따라서 이는 소비자에 대한 보상과 배상의 차원을 넘는 엄연한 조삼모사이자 ‘쿠팡 모사’인 셈이다.
모사(謀士)는 꾀를 써서 일이 잘 이루어지게 하는 사람과 남을 도와 꾀를 내는 사람을 총칭한다. 직설적 표현으로 하자면 사기꾼이라는 뜻이다.
돌이켜보건대 한국인들은 멍청하지 않다. 세계 1.2등을 다투는 글로벌 유통업체 월마트와 까르푸가 유독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다 결국엔 백기 투항을 하고 철수했음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한국인의 정서를 오독(誤讀)했기 때문이다. 돈은 우리나라에서 다 벌면서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국회 청문회조차 보이콧하고 있는 쿠팡 최고경영자의 안하무인 대응은 사실 우리 정치권이 그 토양을 만들어준 덕분의 후과(後果)다.
2012년에 여야 합의로 유통산업발전법을 제정한 이후 정치권은 전통시장 보호와 근로자 휴식권을 내세워 쿠팡 같은 온라인 플랫폼은 놔두고 이마트·롯데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사의 손발만 묶는 차별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님을 우리는 지금 공룡기업 쿠팡의 소비자 기만과 ‘쿠팡 모사’에서 여실히 발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