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 중 최고의 복은 무엇인가

4복을 지닌 고종명이 아닐까 한다.

작성일 : 2026-01-02 22:29 수정일 : 2026-01-02 22:47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The-뉴스라인 발행인/미래세종일보 논설위원/굿처치뉴스칼럼니스트

 

복(福) 중 최고의 복은 무엇인가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하지만, 복(福)에도 크고 작은 차이가 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복이란 무엇일까.

 

사전적으로 복은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온전히 통제할 수 없는, 하늘의 뜻에 따라 주어지는 길흉화복의 좋은 운수를 뜻한다. 무신론자에게 복은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성공일 수 있지만, 기독교인에게 복은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누리는 영적 충만과 내면의 평안이기도 하다. 같은 ‘복’이라는 단어지만,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의미는 크게 달라진다.

 

동양에서는 오래전부터 복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 오복(五福)이라 불러왔다. 수(壽)는 장수, 부(富)는 재물, 강녕(康寧)은 건강과 평안, 유호덕(攸好德)은 덕을 좋아하는 삶, 고종명(考終命)은 제 명을 다하고 편안히 생을 마감하는 것을 뜻한다. 이 다섯 가지 가운데 무엇이 가장 큰 복일까.

 

현실의 삶을 들여다보면,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복은 ‘인복’일지도 모른다. 직장에서는 선후배를 잘 만나야 조직생활이 수월하다. 아파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위아래층, 옆집 이웃을 잘못 만나면 사소한 소음 하나에도 하루가 피곤해진다. 사업을 하는 사람 역시 주변 환경과 이웃 상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바로 옆 건물이 오랫동안 문을 닫아 흉물로 남아 있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변 상인들에게 돌아온다.

 

그러나 이 모든 복 위에 놓이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건강이다. 건강이 무너지면 사회생활은 물론이고 운동, 종교생활, 인간관계까지 하나둘 끊어진다. 재물이 없으면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열등감에 사로잡히기 쉽다. 일이 없으면 나태해지고, 무능해졌다는 자책 속에 자신감마저 잃게 된다. 이처럼 복은 서로 맞물려 있으며,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삶의 균형이 흔들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복 외에도 식복, 치아복, 스승복, 자식복, 관복 등 필요한 곳마다 ‘복’ 자를 붙인다. 삶의 영역마다 복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이 많은 복의 끝자락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나는 어떻게 생을 마무리할 것인가.”

 

만수무강(萬壽無疆)하여 큰 고통 없이 살다가, 제 명을 다하고 평안히 죽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종명, 곧 복 중의 복이 아닐까. 감옥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나라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친 이의 의로운 죽음 또한 다른 의미의 고종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삶의 길이는 다를지라도, 삶의 완성도는 죽음의 모습에서 드러난다.

 

복은 기다린다고 저절로 찾아오지 않는다. 심상을 좋게 하고, 복 받을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제 명대로 살다가, 가족들이 곁을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히 눈을 감는 사람. 그보다 더 큰 복이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하다. 부부와 자식 간의 화목, 긴 병을 부르지 않는 건강,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이다. 흔히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말한다. 건강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족 전체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 화목한 가정은 죽음마저도 평안하게 만든다.

 

결국 복 중의 최고의 복은 화목한 가정 안에서 제 명을 다하고, 고통 없이 생을 마감하는 고종명의 복이다. 우리는 새해마다 막연히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지만, 그 복의 끝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오늘의 삶이 내일의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는지, 그것이 진짜 복을 가르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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