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왜 호박씨를 깠을까
작성일 : 2026-01-05 08:47 수정일 : 2026-01-05 09:26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관용구(慣用句)는 두 개 이상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그 단어들의 의미만으로는 전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특수한 의미를 나타내는 어구(語句)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발이 넓다”는 ‘사교적이어서 아는 사람이 많다.’를 뜻하는 것 따위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현을 과연 외국인들은 정확히 알 수 있을까?
이런 까닭에 특히 한국어 표현을 외국 번역가가 책으로 번역하려면 무척이나 힘들어한다는 얘기에 공감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극도로 세분화 된 경어 및 존칭 표현만 보더라도 이는 쉬이 발견된다.
한국어는 상대방과의 관계나 사회적 지위 등을 고려해서 말씨를 바꿔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존댓말과 반말뿐만 아니라 더 섬세한 존칭어들을 자주 사용한다.
이런 문화적 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번역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는 문맥상 이해가 되면 주어나 목적어를 과감하게 생략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누가 나에게 "밥 먹었어?"라고 물었을 때, "응, (나/내가) (밥을) 먹었어."라고 답하는 것은 일반적이고 자연스럽다. 이렇게 말해도 의미 전달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번역가 입장에서는 생략된 주체나 대상을 유추하고, 대상 언어의 문법에 맞게 다시 명시해야 하는 과제가 생긴다.
또한 한국어의 경어법은 단순한 '존대/하대'를 넘어, 상대방과의 관계(친분, 나이, 직급), 화자의 위치, 대화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사용하는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다.
동사 어미, 명사 자체, 심지어 조사까지도 경어법의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말씀하시다", "드리다", "여쭙다" 같은 경어 동사나, "-께서", "-시-" 같은 접사가 그것이다.
이런 섬세한 어법(語法)을 외국인이 완벽하게 이해하고 번역에 적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외국인은 모르는 한국어 관용구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1. 호박씨를 까다 -
‘호박씨(를) 까다’는 겉으로는 안 그런 척 내숭을 떨며 남몰래 부끄러운 짓이나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 그런 정치인들이 또 ‘발견’되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2. 눈코 뜰 새 없다 -
이 표현은 눈과 코를 뜰 틈도 없이, 즉 매우 바빠서 정신이 없다는 뜻이다. 장사하는 분들이 이런다면 이게 바로 호황(好況)이다.
3. 식은 죽 먹기 -
이는 어떤 일이 매우 쉽고 간단하게 느껴질 때 쓰는 관용구로, 실제로 식은 죽은 뜨거울 때보다 먹기 편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어떤 일이나 행동이 누워서 떡 먹기처럼 아주 쉽고 간단함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비슷한 관용구에 ‘누워서 떡 먹기’, ‘땅 짚고 헤엄치기’가 있다.
4. 바람 앞의 등불 -
바람 앞에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등불처럼, 생명이나 어떤 일이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 있을 때 사용하는 비유적인 표현이다. 사자성어를 동원하면 풍전등화(風前燈火)가 된다.
5. 입에 침이 마르다 -
무언가를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거나, 칭찬을 계속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너무 칭찬을 많이 해서 입안의 침이 다 마를 정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상이 모두 이렇다면 무릉도원(武陵桃源)일 텐데...
6. 티끌 모아 태산 -
아무리 작은 티끌이라도 계속 모으면 큰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노력이나 작은 돈도 꾸준히 모으면 크게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속담이다. 저금할 때나 꾸준히 공부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그러나 눈만 뜨면 오른다는 서울 지역의 부동산을 구입하려면 어림도 없는 일이다.
7.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 -
깊이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뜻밖에 해를 입거나 배신당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과 비슷하다.
8. 손이 크다 -
음식을 만들 때 양을 많이 하거나,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비유해서 쓰는 말이다. 씀씀이가 크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예를 들어 "그 식당 사장님은 손이 커서 음식을 푸짐하게 주셔." 이렇게 쓸 수 있다.
9. 어깨가 무겁다 -
책임감이 막중하거나 어떤 부담감을 느낄 때 쓰는 표현이다. 중요한 일을 맡았을 때 "이번 프로젝트는 어깨가 무거워!"라고 말할 때 동원된다.
10. 눈 밖에 나다 -
윗사람이나 다른 사람에게 미움을 받게 되거나 신뢰를 잃었을 때 쓰는 말이다. "그 팀원은 실수 때문에 팀장님 눈 밖에 났어."처럼 사용된다. 요직에 있던 사람도 임명권자의 눈 밖에 나면 한직으로 밀려나기 마련이다.
이 밖에도 일상 대화에서 자주 쓰이는 절묘한 한국어 관용구는 부지기수다. 한국어는 자랑스러운 우리의 자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