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면 죽는다(FAFO),힘의 질서로 재편되는 세계,

양 강 구도 속에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작성일 : 2026-01-06 12:24 수정일 : 2026-01-06 21:40 작성자 : 정규영 논설위원 (rebook@hanmail.net)

정규영 논설위원/ 대학교수 공학박사 사회학박사 시인 평론가

 

까불면 죽는다(FAFO),힘의 질서로 재편되는 세계, 한국은 어디에 설 것인가

“까불면 죽는다.”

미국 백악관이 올린 단 세 글자, FAFO는 더 이상 인터넷 은어가 아니다. 외교의 언어가 되었고, 패권국의 경고문이 되었다. ‘FAFO(Fuck Around and Find Out)’는 본래 금융시장에서 정책 불확실성의 위험을 비꼬는 은어로 쓰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백악관 공식 SNS에 게시된 메시지는 이 표현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흑백 사진과 함께 등장한 FAFO는,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가 어떤 결말을 맞게 되는지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상징적 경고였다. 이 메시지가 겨냥한 대상으로 거론된 인물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다. 사실관계와 별개로, 이 사건을 둘러싼 미국의 연출은 분명했다.

적대국가에 대한 외교적 수사 대신, 군사력과 공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국제사회가 오랜 시간 공유해 온 ‘규범의 언어’는 자취를 감추고, 힘의 언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국제법 위반”을 주장하며 반발했다. 쿠바와 브라질도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반면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이스라엘 등 친미 또는 반(反)베네수엘라 성향 국가들은 미국의 행동을 “자유와 정의”의 이름으로 옹호했다.

세계는 다시 한 번 선명하게 갈라졌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느냐 밀리느냐의 문제로 FAFO가 던진 파장은 군사·안보 분야로 직결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각국이 국방비 증액에 나선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약소국들에게 또 하나의 메시지를 던졌다. 강대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면, 스스로도 강해져야 한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외교가 실패할 경우, 최종 심판자는 군사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격변의 한복판에서 한국이 처한 위치다.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경제 의존이라는 구조 속에서 한국은 전형적인 ‘샌드위치 국가’다. 그럼에도 외교 당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신중함이라기보다 방향 상실에 가깝다. 침묵은 중립이 아니라, 전략 부재로 읽힐 수 있다.

국제질서는 다시 정글의 법칙으로 회귀하고 있다. FAFO는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이 세계의 규칙이 바뀌었다”는 선언이다. 강대국은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약소국은 생존을 위해 군비를 늘린다. 외교는 설득이 아니라 공포 관리의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

이럴수록 한국 외교에는 분명한 원칙과 언어가 필요하다. 침묵이 아닌 전략, 눈치가 아닌 국가이익 중심의 판단이다. 힘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선택은, 아무 선택도 하지 않는 것이다.

칼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