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스러운 부모 찬스

무너지는 만절필동(萬折必東)

작성일 : 2026-01-07 07:26 수정일 : 2026-01-07 12:41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금수저는 부유한 부모를 만나 넉넉한 경제적 배경 덕분에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누릴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할 때 쓰이곤 한다. 금수저 자녀와 짝을 이루는 것은 부모 찬스라 할 수 있다.

 

이는 부모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인맥 등의 배경 덕분에 자녀가 입학, 취업, 사업 등에서 얻게 되는 특별하고 유리한 기회나 혜택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부모가 만들어준 기회인 셈이다.

 

따라서 두 표현 모두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타고난 환경이나 부모의 배경이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표현이다. 작금 불거진 모 정치인의 정부 고위직 인선 과정 검증에서 이런 불평등의 사례를 새삼 고찰하게 된다.

 

금수저로 태어난 것이야 팔자가 좋아서 그렇다 치더라도 문제는 부모 찬스의 간과할 수 없는 영향력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좋으면 어릴 때부터 고품질의 사교육을 받거나, 좋은 학군에 거주하는 프리미엄이 추가된다.

 

필요하면 해외 유학까지 갈 수 있는 등 남들보다 훨씬 유리한 교육 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되니까 이는 학업 성취도와 좋은 대학 진학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부모 찬스는 특히 취업 과정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경향도 배제할 수 없다.

 

 

부모의 사회적 인맥을 통해 좋은 회사에서 인턴 기회를 얻거나, 경쟁률이 높은 회사에 입사까지 손쉽게 성공하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그야말로 100미터 경주 레이스에서 상대편보다 50미터 앞에서 달리는 셈이다.

 

따라서 이는 꽃대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다. '부모 찬스'의 심각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하면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믿음까지 붕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력의 가치 퇴색 및 사회적 박탈감 증대는 그다음 수순이다.

 

정당한 노력의 결과가 아닌, 부모의 배경 덕분에 얻는 이득이 만연하다면 사회 전반적으로는 노력의 가치까지 퇴색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더 존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어차피 부모를 잘 만나야 한다는 식의 무력감과 박탈감의 가중은 대부분의 사람이 신봉하는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黃河)는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들어간다는 뜻으로, 어떤 시련이 있어도 목표로 하는 바에 결국 나아간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마저 퇴색하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물론 부모 찬스 없이도 자강불식(自強不息)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여 큰 성공을 이룬 사람이 실재한다. 문제는 그 수가 기껏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금수저와 부모 찬스에서도 빈부격차의 간극처럼 그 혐오감이 더욱 증대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더욱 황량(荒涼)하다는 우려의 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