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1-08 18:14 수정일 : 2026-02-27 01:31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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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무열 박사(안전교육원 원장) |
방중(訪中), 난독증 걸린 무능한 외교
Ⅰ. 압박을 농담으로 번역한 외교
외교는 말솜씨 경연대회가 아니다. 상대의 웃음 뒤에 숨은 칼날을 읽는 일이다. 시진핑 주석의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라”는 발언은 미·중 패권 전쟁 속에서 한국에 던진 선택 요구였다. 그런데 이를 “공자님 말씀, 착하게 살자는 뜻”으로 풀어냈다. 압박을 덕담으로, 경고를 유머로 번역한 셈이다. 외교에서 이런 낙천성은 미덕이 아니라 위험 요소다. 상대는 전략을 말했는데 우리는 우화를 읽었다.
Ⅱ. 서해 주권을 해설로 포기
서해 잠정조치수역에 중국이 세운 구조물은 아파트 25층 높이다.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시설이다. 그러나 정부는 “양식장 관리 시설”이라 설명했다. 주권 침해를 따져야 할 대통령이 중국의 해명서를 읽어주는 해설자가 됐다. 도둑이 마당에 텐트를 치자 집주인이 “캠핑 문화의 다양성”을 논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주권은 총성보다 먼저, 변명 속에서 사라진다.
Ⅲ.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바꿈
북한 핵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핵 동결’로 타협하겠다는 접근은 사실상 핵보유국 선언의 다른 말이다. 여기에 “우리가 북한을 공격했다”라는 발언까지 얹히며 현실은 뒤집혔다. 천안함, 연평도, 목함지뢰로 희생된 장병들은 이 문장 속에서 증발했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기억 상실이며, 국군 통수권자가 스스로 역사를 부정한 장면이다.
Ⅳ. 인원은 많고 결과는 없는 외교
수백 명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지만, 돌아온 것은 기념사진과 괴변뿐이다. 서해 구조물 철거 문서도, 한한령 해제 일정도, 북핵 공조의 로드맵도 없다. “그럴 것 같다”라는 말만 남았다. 외교는 분위기가 아니라 종이로 평가받는다. 문서 없는 성과는 성과가 아니라 막연한 기대다.
Ⅴ. ‘어쩌라고요’ 식의 정치
중국인 직원이 연루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안에 대해 “어쩌라고요”라는 반응은 해학이 아니라 능멸적 멍청함이다. 데이터는 현대 국가의 영토이다. 이를 가볍게 여기는 순간, 국가는 스스로 방어선을 허문다. 농담을 청와대 브리핑 룸에서 하는 것은 자격 미달이다.
Ⅵ. 베네수엘라가 남긴 경고
세계는 낭만의 시기를 지났다. 미국이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체포한 사건은, 힘의 질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줄타기 외교는 보호막이 아니다. 애매함은 중립이 아니라 표적이 된다. 미·중이 충돌하는 시대에 “좋은 말로 잘 지내자”라는 태도는 전략이 아니라 기도에 가깝다.
Ⅶ. 손익계산서를 공개하라
외교는 시간이 해결해 주지 않는다. 기록만 남는다. 이번 방중의 손익계산서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합의, 시한, 문서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 침묵 자체가 결과다. 그리고 그 결과는, 외교를 자기기만으로 소비한 사례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