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26-01-14 10:27 수정일 : 2026-01-14 10:46 작성자 : 계석일 기자 (keapar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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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뉴스라인 발행인 미래세종일보 논설위원/굿처치뉴스 |
중수청, 검찰 개혁인가 정권 전위 부대인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속담이 있다. 겉모습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을 때 쓰는 말이다. 정부가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시키겠다고 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립 법안을 보면, 이 속담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통해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수사의 독립성을 높이겠다고 주장한다. 중수청이 부패·경제·선거 등 9대 중대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는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안의 구체적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개혁이라기보다 권력의 재배치, 나아가 정권의 수사기관 장악을 제도화하는 설계에 가깝다.
중수청 수사 인력은 변호사 자격을 가진 ‘수사사법관’과 비법률가인 ‘전문수사관’으로 이원화된다. 문제는 수사사법관의 신분 보장이다. 법안에 따르면 대통령은 수사사법관을 징계로 파면할 수 있다.
이는 현행 검사 제도보다 훨씬 후퇴한 조치다. 현재 검사는 징계만으로 파면할 수 없도록 해 최소한의 신분 보장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신분 보장조차 없는 수사사법관에게 과연 독립적인 수사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행정안전부 장관의 일반적 지휘·감독, 대통령의 인사권과 파면권까지 결합되면 중수청은 구조적으로 정권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검찰 권한 분산’이 아니라 ‘정권 통제 강화’에 가깝다. 겉으로는 수사 독립을 외치면서 실제 법안은 그 반대로 설계된 셈이다.
수사사법관 임용 기준 또한 우려스럽다. 변호사 자격만 있으면 임명이 가능하지만, 기존 검사들의 참여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 공백을 특정 성향의 시민단체 출신 변호사들로 채운다면, 검찰 수사권을 해체해 다시 ‘정권 친화적 인력’에게 넘겨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는 제도 개편이 아니라 진영 교체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대목은 특례 조항이다.
대통령 비서실 퇴직자에 대한 임용 제한 규정을 두면서도, 이를 2028년 10월부터 시행하도록 했다. 그 사이 현 정권과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진 인사들이 중수청 수사사법관으로 임명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장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입법권자의 사법권 침해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수사기관이 권력의 견제자가 아니라 정권의 방패이자 전위 부대로 전락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개혁은 권력을 견제하는 사법 시스템을 약화시키는 방향이어서는 안 된다. 중수청이 ‘검찰의 대안’이 아니라 ‘검찰보다 더한 권력 기관’이 된다면, 이는 개혁이 아니라 또 다른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