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84조의 오독과 사법부의 자기부정 - 윤 전)대통령 판결에 대한 헌법학적 반론

[고무열 박사의 선구안]

작성일 : 2026-01-17 00:44 수정일 : 2026-02-27 01:29 작성자 : 고무열 (gmy8888@naver.com)

   고무열 원장(안전교육원)

 

헌법 제84조의 오독과 사법부의 자기부정

- 윤 전)대통령 판결에 대한 헌법학적 반론

 

I. 84조는 특권이 아니라, 국가기관 안정 규범

 

헌법 제84(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대통령 개인을 위한 면책 규정이 아니다. 이는 국가권력의 연속성과 최고 행정기관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구조 규범이다.

 

헌법 제정 과정과 다수 헌법학 교과서는 제84조를 소추 금지의 포괄적 효력으로 이해해 왔다. 여기서 소추란 단순한 기소 행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형벌권의 전 과정, 즉 수사기소재판으로 이어지는 국가형벌권의 발동 전체를 의미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이를 분절해 해석하는 순간, 84조는 규범이 아니라 장식품으로 전락한다.

 

II. “수사는 가능하다라는 주장은 통설도 판례도 아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명제인 소추는 불가하나 수사는 가능하다라는 논리는 헌법학의 통설도, 확립된 판례도 아니다. 오히려 다수 견해는 소추 금지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강제수사를 포함한 형사절차 전반이 제한돼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다면 압수수색·강제소환·피의자 신분 부여를 통해 사실상 소추와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헌법 규범을 형해화하는 전형적인 결과다. 법원이 선택한 해석은 소수설조차 아닌, 정치적 상황에 즉흥적 짜맞추기 논리.

 

III. 수사·기소 분리는 형사소송법 체계에 대한 오해

 

형사소송법상 수사는 기소를 전제로 당연한 절차다. 기소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상태에서의 수사는 목적을 상실한 국가권력 행사. 이를 허용하는 것은 형사절차를 진실 규명의 장이 아니라 정치적 낙인과 여론재판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헌법 제84조가 막고자 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수사와 기소를 인위적으로 분리한 이번 판결은 형사법 체계에 대한 해석이 아니라, 체계 그 자체를 부정한 판단이다.

 

IV. 공수처법 관련사건해석은 명백한 위헌적 확장

 

공수처법은 헌법의 하위 규범이다. 그럼에도 직권남용죄 수사를 빌미로 관련사건이라는 개념을 무한 확장해 내란죄 수사까지 정당화한 해석은 명백한 권한 일탈이다. 직권남용죄는 현직 대통령에 대해 소추가 불가능하다.

 

소추할 수 없는 범죄에 수사권이 성립하지 않는데, 관련이라는 이유로 더 중한 범죄 수사가 가능하다는 논리는 법체계 내부에서 자가당착을 일으킨다. 이는 법률유보 원칙과 명확성 원칙을 동시에 침해하는 위헌적 해석이다.

 

V. 이 법리는 일반화될 수 없고, 그래서 더 위험하다

 

헌법적 법리는 일반화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단은 일반화되는 순간 사법 시스템 전체를 붕괴시킨다. 소추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수사와 재판이 가능하다면, 불소추특권·면책특권·공소시효 정지 규정은 모두 무의미해진다.

 

그런데도 이 논리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면, 이는 헌법 해석이 아니라 정치적 재량을 넘어 폭거. 법리가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순간, 그것은 법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다.

 

VI. 이는 해석의 오류가 아니라 헌법 질서에 대한 무도한 도전

 

이번 판결은 해석의 차원이 아니다. 헌법 규범의 기능을 정지시킨 판단이다. 사법부가 헌법 위에 서서 이 조항은 이렇게 무력화해도 된다라고 선언하는 순간, 헌법은 최고규범의 지위를 상실한다. 헌법에 대한 존엄함 없는 해석은 창의가 아니라 헌법 파괴. 이 판결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남는 것은 하나다. 대한민국 헌정질서는 판결문 한 장으로 심각한 균열을 맞이했다는 사실이다.

 

VII. 정치 판결의 누적은 독재로 향하는 가장 짧은 길

 

헌법을 우회한 수사 허용, 하위법의 무제한 확장, 선택적 법리 적용이 반복될 때 그 종착지는 명확하다. 정적 제거를 제도화한 권력국가, 곧 독재다. 역사적으로 공산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국가는 언제나 같은 경로를 밟았다.

 

먼저 법은 살아 있다라고 말하며, 다음으로 해석이라는 이름으로 헌법을 비우고, 끝내 예외를 상시화했다. 그 결과 사법은 중립을 잃고 권력의 집행부로 전락했다. 이번 판결은 그 위험한 경로의 입구에 정확히 서 있다.

 

VIII. ‘정적 죽이기사법은 법치가 아니라 공포정치

 

정치적 반대자를 법정으로 불러내는 순간, 법은 정의의 언어를 잃는다. 기소는 불가하나 수사는 가능하다는 논리는 유죄를 선고하지 않고도 정치적 생명을 소멸시키는 최적의 도구다. 강제수사·피의자화·여론재판이 결합하면 결과는 하나다. 판결 이전에 이미 처벌이 완성된다. 이것은 법치가 아니라 공포정치의 사법적 외피. 사법이 이 역할을 자임하는 한, 자유민주주의의 토대는 급속히 침식된다.

 

IX. 중단하라. 이것은 경고가 아니라 요구다.

 

사법부에 요구한다. 정적 죽이기 정치 판결을 즉각 중단하라. 헌법 제84조를 무력화하는 해석을 철회하라.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형벌권을 정치화하는 관행을 중단하라. 하위법으로 최고규범을 잠식하는 위헌적 확장을 멈춰라. 사법의 용기는 헌법을 넘어서는 데 있지 않다. 헌법에 복종하는 데 있다. 이를 거부한다면, 사법은 스스로 자유민주적 헌정질서의 파괴자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X. 자유민주주의는 판결문 한 장으로도 무너진다.

 

독재는 반드시 총칼로만 오지 않는다. 판결문으로 온다. 오늘의 예외적 해석이 내일의 상시 규칙이 되는 순간, 공산주의적 권력 집중과 권위주의적 공포통치가 제도화된다. 지금 제동을 걸지 않으면, 다음 판결은 더 쉬워지고, 그다음은 되돌릴 수 없어진다.

 

사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하나다. 정치의 도구가 아니라 헌법의 수문장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다면, 이 판결은 훗날 자유의 종언을 알린 문서로 기록되어 대대손손 후손에게 부끄러움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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