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도 이를 보고 배울까 두렵다
작성일 : 2026-01-17 12:13 수정일 : 2026-01-17 13:04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꺼삐딴 리’는 소설가이자 국문학자인 전광용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사상계 1962년 7월호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며 제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다. 일제강점기 후반~8.15 광복 후 대한민국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이인국'이라는 기회주의자 의사의 이야기다.
제목의 ‘꺼삐딴’은 영어 단어 캡틴(captain)에 대응하는 러시아어 카피탄(Капитан)이 경음화(硬音化)된 표기이다. 권모술수(權謀術數)의 끝을 보여주는 내용이 어떻게 보면 씁쓸할 정도로 현실적인 것과 부합(附合)한다.
주인공이자 기회주의자인 이인국은 유능한 병원장이다. 그러나 속된 말로 돈에 환장한 인간이다. 천재적인 의술 실력을 가졌으나 자신의 보신을 위해서라면 친일반민족행위자에서 친소, 친미로 줄을 갈아타는 것도 서슴지 않고 자행하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기생충 같은 인간이다. 이인국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인, 친일 세력과 교류하고 독립운동가는 병원에서 내쫓은 친일파다.
광복 직후 그는 민족 반역죄로 감방에 갇히지만, 금방 러시아어를 익히고 소련군 장교의 혹 수술에 성공하여 감방에서 풀려난다. 이인국은 대세는 소련이라면서 아들을 모스크바에 유학 보내지만, 6.25가 일어나자 1.4 후퇴 때 월남한다.
서울에서도 그는 상류층 사람들만 진찰하고 가난한 환자는 거부하며, 미 국무성 초청 케이스에 선정되기 위해 미국 대사에게 고려청자를 선물한다.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한반도를 흔들어 놓지만, 이인국은 한결같다.
변하는 상황에 따라 대상만 바뀔 뿐, 자신의 이익과 출세만을 위해 권력에 기생하고 있다. 그에게서 일말의 뉘우침이나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사람을 일컬어 우리는 '기회주의자'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자들이 현세에는 없을까? 대표적인 곳이 정치권이다.
- “고용주인 국민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은 일은 별로 안 하면서 많은 월급을 가져가는 비효율 직원이다.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주인 행세도 한다.
공천 헌금 논란부터 폭언·갑질, 취업·인사 청탁, 부동산 투기, 위장 전입, 세금 탈루, 혐오 발언 같은 비리·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그들은 경제 효율보다는 정치 득실을 앞세운다.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 노란봉투법 같은 산업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 법안이나 표만 의식한 포퓰리즘 발언,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즉흥적 정책 제안은 기업을 폐업 위기로 내몰고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2026.1.15. 조선일보.전수용)” -
‘꺼삐딴 리’의 이인국은 애국심이라곤 애초 눈곱만치도 없었다. 오로지 자신과 가족만 떵떵거리고 살면 그만이었다. 지금 이 나라엔 ‘꺼삐딴 리’ 形 인간이 너무 많다.
갑질 만연 사회 현상 역시 불변하다. 마치 “갑질도 능력이다!”라며 되려 호통치는 듯 도처에 만발하다. 기생충 같은 인간들이 득세하는 세상 또한 여전하다.
‘꺼삐딴 리’는 중학교 교과서에도 나온다. 미래의 주인공인 학생도 이를 보고 배울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