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에세이] 만학의 레이스에 동참하게 된 까닭

행복을 나누는 교차로

작성일 : 2026-01-21 08:49 수정일 : 2026-01-21 13:15 작성자 : 홍경석 보도국장 (casj007@naver.com)

 

오후 4시가 되면 마음부터 부산해진다.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 정성껏 목욕한 뒤 배낭을 챙겨 등굣길에 오른다. 조금은 가파른 능선에 오르면 학교가 방긋 인사한다.

 

이윽고 도착한 교실. 벌써 등교한 급우들의 입담과 수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저 유쾌한 신변잡기의 화수분은 6070 세대가 주를 이루는 우리 반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흐름이자 트렌드(trend).

 

작년에 입학하여 야간부 중학교 2학년이 된 올해도 나를 비롯한 급우 모두는 잠시 후 시작된 1교시부터 치열한 공부에 매진한다. 이는 마치 과거, 무슨 일이 있더라도 학교에 빠짐없이 출석하는 성실함이 묵직한 책임감으로 받아들여지던 문화의 연장선상에서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편찮으시다면서 오늘도 나오셨어요?”라는 질문에 학생이 학교에 오는 건 당연지사 아닌가유?”라는 대답은 촌철살인의 경지까지 벗어나는 *개근 우수 학생의 현주소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녔던 50여 년 전에는 개근의 중요성이 막중했다.

 

그랬기에 웬만한 잔병치레 정도는 결석의 사유로 부적합했고, 졸업식 때 받는 개근상의 가치는 정말 묵직했다.

 

여러 가지 피치 못할 곡절로 말미암아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던 고난의 우리 6070 세대가 만학과 주경야독의 레이스에 동참하게 된 건 우리 학교만의 차별화된 특권이 발효한 덕분이다.

 

등록금에서부터 교재비, 급식비까지 다 무료다. 이런 감사한 교육 시스템이 개근의 당위성을 재촉하는 것이다.

 

생일을 맞은 어제, 등교해서 공부하던 중 아들과 딸이 아내와 외식하라며 용돈을 보내왔다. 그 내용을 문자로 보면서 ‘3월부터 손자 손녀도 초등학생이 되면 들어갈 돈이 많을 텐데...’의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포개며 1교시를 마쳤다.

 

평소 나보다 연상이며 다정다감한 덕분에 누님으로 호칭하는 옆 책상의 급우님께서 비닐봉지에 담긴 시루떡을 건네주셨다. “반장님 생신 축하해요!”“제 생일을 어찌 아시고?”

 

카톡에 올라와 있기에 떡집에서 샀어요.”아직도 따끈따끈한 떡에 고마움과 감동이 교차했다. 떡보다 달콤한 교실이 나에게 있어서는 행복을 나누는 징검다리이자 웃음의 플랫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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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皆勤): 학교나 직장 따위에 일정한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거나 출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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